지난 19일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출연해 논란을 빚은 나경원 2013 평창세계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장이 오는 29일 KBS 1TV <아침마당>에도 출연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침마당> 제작진은 나경원 씨 출연이 ‘2013 평창세계스페셜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가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아침마당> 제작진은 이미 지난 24일 ‘나경원 위원장 출연’편 녹화를 마친 상태다.

KBS새노조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나경원 위원장은) 이미 지난 1월 19일 2TV에 방송된 ‘이야기 쇼, 두드림’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때도 스페셜 올림픽 홍보를 출연 명분으로 삼았다”면서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불과 10일 사이에 KBS의 2TV 간판 예능프로그램과 1TV 간판 교양프로그램에 같은 명목으로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스페셜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 정치인 나경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새노조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열흘 사이에 KBS 출연”

새노조는 “제작책임자들은 한결 같이 스페셜 올림픽 홍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연인 나경원에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임시직일 뿐”이라면서 “나경원의 본업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주장을 순수한 비정치적 언사로 받아들이는 순진함은 결코 제작진의 미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출연한 나경원 위원장
 

KBS새노조 관계자는 “지난 24일 녹화가 끝난 후에 노조에서 확인을 했고, 문제가 적지 않다고 판단해 성명을 냈다”면서 “이번에 나경원 전 의원이 출연한 아침마당은 외주제작사가 제작을 맡았는데 외주 제작은 사측이 이른바 ‘오더성 아이템’을 소화하는 전형적 통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침마당’이 여권 인사를 홍보해주는 창구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아침마당>은 지난 2009년 12월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이 출연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운천 전 장관은 한식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출연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 때문에 방송 출연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또한 2010년 1월 당시 강원지사 출마가 유력했던 엄기영 씨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장’ 자격으로 출연시켜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엄씨는 한나라당의 상징인 하늘색 점퍼를 입고 출연해 도마 위에 올랐다.

KBS의 한 PD는 “‘아침마당’의 경우 정치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이 다른 직함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여러 번 있어 논란이 돼 왔다”면서 “그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적인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정치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출연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을 교양·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데 있어 제작진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제작진 “출연 빈도보다 내용보고 판단해 달라”

이에 대해 <아침마당> 박도환 CP는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야기쇼 두드림’에 나경원 위원장이 나간다는 걸 사전에 인지했지만 그 전부터 논의가 돼 왔었고 내용도 다르다고 봤기 때문에 섭외를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도환 CP는 “며칠 사이에 KBS에서 같은 정치인이 출연하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성을 제기하는 것도 나름 이해는 하지만, 우리가 주목한 것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 지적장애인이 펼치는 세계적인 대회라는 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CP는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 “출연빈도보다는 내용을 보고 판단해 줄”것을 주문했다.

나경원 위원장은 지난 19일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출연, 지난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1억 피부과 설’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명하는 등 방송내용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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