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게 ‘XXX’라는 욕설을 퍼부었다는 증언이 23일 방문진 회의를 통해 나왔다.

방문진 이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10월 16일,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보도 이후 열린 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서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에게 고성을 지르며 욕을 했다.

이날 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서는 대주주인 방문진(MBC 지분 70% 보유)도 알지 못하는 사이 MBC 사장이 MBC 지분 매각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일에 대한 추궁이 이뤄졌다. 한겨레는 10월13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30% 지분과 부산일보 100% 지분 매각을 논의한 비밀 회동을 폭로했다.

방문진 이사들의 추궁이 계속되면서 방문진 야당 추천의 A이사와 김 사장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그 과정에서 김 사장이 A 이사에게 ‘XXX’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A 이사는 “당시는 다른 사람들이 말리면서 소란스러웠던 탓에 직접 듣지 못했다”며 23일 여권 추천의 B이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B이사는 이날 방문진 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10월16일) 김 사장이 ‘XXX’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도 그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23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MBC 신년업무보고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이 출석하지 않자 김 사장은 업무 보고를 거부했다. “김재우 이사장이 없는 방문진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MBC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방문진 매해 초 MBC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B 이사의 말은 방문진을 무시하는 김 사장의 태도를 문제 삼는 방문진 회의석상에서 나왔다. B 이사는 이어 “김 사장이 난동을 부렸을 때 A 이사 개인과의 불화가 있었던 것처럼 외면하지 않았나.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그러니 김 사장이 오만방자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의 욕설은 B 이사만 들었고 다른 여권 추천 이사들도 B 이사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 김재철 MBC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의 방문진 신년 업무보고 거부에 대한 문책 논의’를 안건정식안건으로 상정하고 24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방문진 이사 합의 하에 김 사장에 관한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여당 추천 C 이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과 A이사 사이에 고성이 오간 것은 기억나지만 23일 간담회에서 B이사에게서 그런 얘길 들은 기억은 없다. B이사에게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욕설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B이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욕설을 들은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동열 MBC 김재철사장 비서실장은 "본인은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밝혔으며, MBC홍보실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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