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의 ‘탈(脫)연합뉴스’ 흐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가 이미 연합뉴스와의 콘텐츠 전재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조선일보가 다음달 1일부터 연합뉴스와의 전재 계약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신문사들도 전재계약 지속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최근 연합뉴스와 협상을 벌인 끝에 다음달 1일부터 전재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외신기사만 전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합뉴스는 내·외신 기사와 사진, 영문뉴스 등을 모두 포함한 ‘일괄계약’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중앙일보도 외신만 따로 계약하자고 제안했지만, 연합뉴스가 ‘그런 사례는 없다’며 이를 거절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중앙일보는 현재 전재를 중단한 상태다. 
 
동아일보도 상당한 수준까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22일 이 문제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해 편집국 구성원들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 밖에 한국일보와 한겨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중앙일보도 그렇고 조선일보도 (전재를) 그만 두겠다고 하니까 저희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주요 신문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 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시스와 뉴스1 등 민영통신사와의 계약 문의도 늘고 있는 추세다. 뉴시스 관계자는 “계약이 특별히 늘어난 건 없고, 문의는 최근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관계자도 “지난해 중순부터 지면매체 몇 곳에 시범 서비스 형식으로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얼마 전부터 유료화 논의를 시작했고, 지금도 몇몇 일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통신사는 내·외신 기사와 사진 등에 대한 별도계약도 일부 옵션으로 허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맺거나 콘텐츠를 교류하는 계약회사 현황. 연합뉴스 누리집에서 갈무리.
 
 
연합뉴스와 신문사들의 갈등이 드러난 표면적인 계기는 전재료다. 지난해 3월 연합뉴스 노동조합이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연합뉴스가 송고하는 기사의 수는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었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상당수 언론사들은 이에 따라 전재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연합뉴스는 대부분 이를 거절했다. ㄱ신문사 관계자는 “파업에 들어가면서 서비스 질이 낮아졌으면 계약 위반인 셈인데 당연히 (전재료를) 깎아주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재료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있다. ㄴ신문사 관계자는 “공문도 보내고 (전재료) 현실화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잘 안 받아들여진다”며 “연합뉴스 없이 신문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중앙·동아와 비슷한 전재료를 내는 건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연합 기사 중) 우리가 쓰는 기사도 많지 않고 사진이나 외신 때문에 계약을 유지해 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합일간지들은 연간 6~9억원의 전재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는 그보다 깊다. ㄷ신문사 편집국장 A씨는 “지난해 파업 당시 연합뉴스 기사가 거의 없었는데 사실 신문 만드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며 “저희도 (전재계약 유지 여부를)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이 연합보다 빠른 경우도 있고 뒤이어 다른 뉴스도 곧바로 나온다”며 “데스크나 당직자들도 연합보다 포털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비해 연합뉴스 뉴스서비스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연합뉴스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ㄴ신문사 관계자는 “포털에도 서비스를 똑같이 하면서 신문사에서 돈은 돈대로 받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ㄹ신문사 관계자도 “네이버나 포털에 똑같이 리얼타임으로 뉴스를 주면서 신문사들에게도 전재료를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똑같은 독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포털에서는 콘텐츠 전송 대가를 받고, 신문사에서도 전재료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 지난 2010년 12월17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연합뉴스 30주년 기념식에서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는 ‘국가기간통신 사업자’인 연합뉴스의 위상과도 연관된다. ㄱ신문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매년 수백억씩 예산을 지원 받으면서 포털에도 뉴스를 팔고, 신문사에서도 전재료를 받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ㄹ신문사 관계자는 “연합뉴스가 법에 의해 정부 지원을 받게 된 당시와는 미디어환경이 변했다”며 “(‘뉴스 소매상’과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 중) 연합뉴스가 어떤 걸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체성’ 차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23일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뉴스 도매상만 해서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가 포털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할 경우 기사와 사진 등 하루 평균 생산하는 3000여 건의 콘텐츠 중 대부분이 ‘사장’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600명 가까운 기자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신문사들이 인건비를 절감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라며 “포털에서 공짜로 보겠다는 건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5년 간 전재료도 동결됐고, 작년 한 해 동안 신문사들에 광고를 집행한 것만 35억원”이라며 “파업 당시에도 3개월간 전체 20억 가까이 전재료를 깎아주고 광고료도 10억원 가량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부서나 분야도 있다”며 “거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정부지원금을 상회한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문사들과 원만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성의를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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