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소셜 검색 서비스 ‘그래프 서치’를 가동 준비 중이다. 페이스북 친구의 사생활까지 검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구글링’의 보완재이자 또 하나의 ‘빅 브라더’가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보 공개범위를 다시 설정하라고 권할 만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이용자들은 더욱 정교한 마케팅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전 세계 10억 이용자가 생산한 사진 2400억 장, 1조 개의 관계들을 검색에 이용한 그래프 서치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영문 페이스북에서 베타서비스를 거친 뒤 확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서울 당산동 중국집’을 검색값으로 입력하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직접 쓴 글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특정 취미도 검색될 수 있다. 현재 페이스북 게시글은 이용자의 공개 범위 설정에 따라 모든 사람, 친구의 친구까지 노출된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 서비스의 이용 목적과 검색 결과는 ‘구글링’과 차별화돼 있다. ‘신뢰성 높은 지식검색’으로 볼 수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색에서 요구되는 것 중에 하나는 ‘신뢰성’인데 한국 포털사이트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검색결과를 제공하는 반면, 그래프 서치는 신뢰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라면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소셜 검색은 포털 검색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 교수는 “지인 네트워크에 따라 검색값의 결과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정보 격차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소셜 격차가 정보 취득에 있어서 차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그래프 서치' 서비스 소개 화면.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페이스북이 이 서비스를 발표하자마자 시민단체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이 서비스로 페이스북 이용자가 더욱 정교화된 마케팅 대상이 될 것이고, 소셜네트워크 내에서 정보격차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임라인의 개인정보가 그래프 서치로 검색되고, 이는 광고주가 이용자의 뉴스피드에 개입할 여지를 넓혀준다는 것.

미국자유인권연합(ACLU)는 18일 브리핑을 내 페이스북의 ‘그래프 서치’로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브리핑에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이용자가 공개범위 설정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자료 링크: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2013년 1월 18일 ‘This Week in Civil Liberties’]

이 단체 회원 크리스 콘리는 앞서 15일 <새로운 페이스북 검색으로 개인정보 설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제하 제목 칼럼에서 “그래프 서치는 당신이 몇 년 전 공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콘텐츠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타임라인에서 ‘숨겼던’ 사진들을 포함해 당신이 묻은(buried) 콘텐츠가 발견·사용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개방할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콘리는 이어 “그래프 서치는 페이스북의 광고모델에 따라 잠재적으로 사생활 보호를 약화한다”면서 “페이스북에서 광고주들은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해 광고 타깃을 확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또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주장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페이스북에는 사적이고 공적인 대화가 섞여 있는데 이게 검색된다면 이용자가 원치 않게 확산되고, 상업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활동가는 “약관 등을 따져 법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지만 이용자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면서 “이용자들이 과도하게 공개범위를 설정하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에 대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리프레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이용자는 더욱 정교한 마케팅 전략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목된다. 민경배 교수는 “더 정교한 마케팅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 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그동안 대량 상업사이트, 포털사이트에 스스럼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동욱 광주대학교 광고이벤트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은 그동안 기업과 이용자를 잇는 수단으로 ‘관여광고’를 도입하는 비즈니스 마케팅을 해왔다”면서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가 개개인의 ‘정보’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고 지적했다.

   
▲ 페이스북 이용 계정이 10억이 넘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남긴 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내려받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