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황우섭 심의실장이 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전 심의를 실시, 제작진과 노조가 ‘사실상 검열’이라며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황우섭 실장은 이 과정에서 징계를 위해 열리는 ‘심의지적평정위원회’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는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내부 논의를 통해 쌍용차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고, 취재 등을 거쳐 이미 예고방송까지 나간 상황. KBS도 이미 사전심의에서 ‘방송 문제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방송 하루 전인 지난 19일 오전 황우섭 실장이 갑자기 ‘다중심의’를 소집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다중심의’는 여러 명의 심의위원들을 불러내 심의하는 것으로, 특별한 문제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 심의위원 한 사람이 사전심의를 하며 ‘다중심의’는 특별한 경우에만 한다.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
 

당시 회의에서 황우섭 실장은 ‘쌍용차 철탑 농성 장면이나 자살과 관련한 부분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다큐멘터리 3일이 왜 이런 아이템을 다루냐’며 간부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9일 오전 ‘다중심의’에 참여한 심의위원들은 프로그램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는 예정대로 방송됐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황우섭 심의실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이번 사건은 황우섭 씨가 심의실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면서 “(황 실장은) ‘심의실장’이라는 직위를 차지하고 앉아 과거에 했던 마녀사냥식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게 비상식적인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황우섭 실장은) 지난해 5월까지 자칭 ‘애국·애사’ 세력을 표방하는 ‘공영노조’의 위원장으로 있으며 코비스(KBS내부게시판)에서 새노조를 줄기차게 비방했고, KBS 스페셜 ‘정율성’ 편 등 프로그램 불방을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황우섭 심의실장은 당장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물러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 화면캡처
 

이에 대해 황우섭 심의실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철탑농성 부분이 너무 리얼하게 묘사됐고, 자살관련 내용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다중심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다중심의 결과 심의위원들이 조금 우려되는 측면은 있지만 방송을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정리가 된 사안”이라면서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위원 개인이 판단을 내리기 애매할 경우 다중심의를 한다. (다중심의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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