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이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아니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11년 4월 대중음악 전문지 ‘대중음악 사운드’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파워 100’ 1위로 꼽혔으며 같은 해 헤럴드 경제가 뽑은 ‘대중문화 파워 리더’에서도 1위로 뽑혔다. 그는 2007년에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창간 3주년 설문조사에서 ‘2007 연예계 파워 넘버원’ 전체 1위와 가요계 1위에 동시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해에는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뒤흔든 싸이의 위세에 밀리기는 했지만 SM이라는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가 존재하는 한 이수만의 파워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샤이니(SHINee), 에프엑스(F(x)), 보아가 버티고 있고 김민종, 윤다훈, 이연희 등의 연기자가 함께 있는 SM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고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케이 팝(K-Pop)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에이치오티(H.O.T.)와 에스이에스(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보아 등을 내놓으며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판도를 아이돌 팝 중심으로 바꿔버린 그가 한 일은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 빅 스타를 여럿 내놓은 것만이 아니었다. 이수만 혼자 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공간과 생산자, 수용자 모두가 바뀌었고 대중음악 산업의 시스템과 규모 역시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안윤태와 공희준이 함께 쓴 <이수만 평전>은 이처럼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핵심인 이수만에 대한 기록이다. ‘대한민국 문화산업 개척자에 관한 보고서’라는 부제처럼 책은 이수만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는 포크 듀오 ‘4월과 5월’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음악인이자 인기 있는 방송 진행자였던 그의 초기 활동부터 미국 유학과 그 이후 SM 엔터테인먼트 설립부터 현재까지가 800페이지의 묵직한 기록으로 꼼꼼하게 담겨 있다. 한국에서 출간된 대중음악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음악 자체에 국한되어 있고, 인물을 다룰 경우에는 유명 뮤지션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문화산업의 일선에 있는 제작자에 주목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수만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일 것이고 문화산업의 변화에 출판기획자들 역시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케이 팝은 이제 국내의 음악 팬에 기반한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이 되었고 유럽과 미주 지역의 문을 두드리면서 드라마 한류를 잇는 한국의 문화적 자존심이자 새로운 수출 상품이 되어 가고 있다. 하나의 국가적 키워드가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거둔 수익과 확장된 문화경제적 효과를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눈부신 성과는 단 한 순간에,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수만은 현진영을 데뷔시키며 최초의 기획 아이돌을 성공시켰지만 그 후 수년간은 실패를 거듭해야 했다. 에이치오티와 에스이에스,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보아를 성공시킨 뒤에도 2000년대 초반에는 계속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또한 회사자금 횡령 후 부당 주식 시세차익을 거두고 방송사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활동하던 팀들이 계약이 끝난 뒤에는 SM을 나가는 일도 있었고 동방신기의 경우에는 불공정 계약 논란에 휩싸이며 팀이 둘로 나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기까지 왔다. 이수만은 영미권 대중음악 시장의 변화를 거울 삼아 벤치마킹 하면서 당대의 서구 음악을 한국화했고, 청소년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대중음악 제작 시스템을 전문화하고 체계화했다. 뿐만 아니라 작은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과 중국 등의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면서 체계적인 협력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했으며 현지화에 기반한 성공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전까지 해외 음악의 충실한 수입국이며 국내 음악으로 자족했던 한국에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의 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문화적 변화를 축으로 이수만이 가졌던 문제의식과 철학, 그의 대응과 결과를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수만에 대해 총정리한 보고서이기도 하지만 해외와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과 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정리한 보고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평전이라는 책의 지향에 반해 냉정하게 이수만을 평가하기보다는 이수만을 옹호하는 면이 더 강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평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서술이다. 그래서 SM 엔터테인먼트가 본의든 본의 아니듯 행했던 표절과 시장의 왜곡, 그리고 거대한 문화 권력의 탄생과 불평등한 계약 관계 등의 부정적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변화, 문화 산업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연관 관계에 대한 통찰과 SM측의 대응에 대한 서술도 사실의 나열에 그쳐 단편적인 측면이 있다. 덕분에 책을 읽기에는 어렵지 않지만 평전에서 부각되어야 할 작가의 안목과 평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당대의 문화 권력에 대해, 현재의 문화 현상에 대해 논하고 내부의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해내지 못한 평가와 서술은 대중음악전문가들이 보충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해당 전문가들에게 던져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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