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정황을 단독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13일자 <최필립의 비밀회동>에서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의 비밀 회동 대화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정수장학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및 노인층, 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대규모 복지사업을 계획중인 사실도 드러났다"며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수장학회가 대선 직전 공론화 절차 없이 보유 자산 매각 및 이를 통한 특정 지역 대상 '선심성' 후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후 MBC는 지난해 10월 "불법 도청으로 의심되는 녹취록을 입수한 뒤 내용을 교묘히 왜곡했다"며 이 기사를 쓴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고 한겨레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 원 손해배상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했다.

한겨레 2012년 11월 12일자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 본지 기자 오늘 검찰 출석>에 따르면 취재 경위와 관련해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이 만난) 10월8일 최필립 이사장과 전화통화를 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회의 내용을 취재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2012년 10월13일자 기사
 

검찰은 18일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최 이사장이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휴대폰이 켜진 상태에서 A기자가 자신의 휴대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대화종료 시점인 17시 55분경까지 약 1시간 동안 대화내용을 몰래 청취·녹음했고 A기자는 10월13일과 15일 위와 같이 녹음한 최 이사장과 MBC 관계자 사이의 대화내용을 녹취록 형태로 실명보도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은 기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직접 청취·녹음한 후 기사화한 사안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에 해당한다"며 "다만 전문적인 도청장비를 활용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인 점을 감안하여 금일 불구속 구공판(기소)에 처한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통화에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보도는 공영방송 간부와 특정 대선 후보의 측근 인사가 공적 재산인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을 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음모를 드러낸 보도였다"며 "검찰의 기소 발표는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탄압이자 도전"이라고 반발했다. 최 기자와 한겨레는 이번 검찰 기소에 대해 언론사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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