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선 직전 터진 KAL 858기 사건 폭파범이라 자처하고 있는 김현희씨가 돌연 MBC 긴급방송에 출연해 9년 전 자신에 대한 가짜 의혹을 제기한 제작진 등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자 실종자가족들이 “어이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MBC가 지난 15일 밤 긴급편성해 방송한 <김현희 특별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에서 김 씨는 115명 살해한 범인은 자신이며, 자신을 가짜로 몬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실종자 가족인 차옥정 KAL 858기 가족회장은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현희가 115명을 죽인 범인이라면 26년이 지나고서야 왜 지금 매스컴에서 내보낸 것이냐”며 “정작 그가 말하는 것 중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MBC에서 방송한다니까 김현희 태도가 달라졌나 해서 방송을 봤는데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 MBC가 그런 사람을 데려다 하는 방송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 회장은 김 씨의 여러 주장에 대해 “저렇게 큰 비행기가 어떻게 아무런 잔해와 폭발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느냐”며 “또한 김현희의 국적이나 신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보기나 했느냐. 결국 이날 방송은 (정권과 MBC에 의해) 각본대로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말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는 게 원망스럽다, 너무 어이가 없다. 가족의 생사가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26년 간 이렇게 사는 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 지언정 그러면(방송에서까지 이러면) 되겠냐”고 말했다.

   
MBC가 15일 밤 방송한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특히 이번에 신동호 아나운서가 김 씨와 대담하면서 KAL 858기 사건 의혹 중 ‘동체 실종’, ‘국과수 기록상 폭파흔적 부재’ 뿐 아니라 ‘김현희의 여권을 제작해준 이’ ‘차편’ ‘투숙한 호텔 방번호’ ‘폭파지점’ 등 김 씨의 진술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은 사실 등 2003년 방송 당시 제기된 주요 의문점에 대해선 전혀 질문하거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차옥정 회장은 “김 씨가 이번에 말도 아닌 소리만 하더라”며 “(신동호) 아나운서도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스러웠다. 앞으로 인기나 얻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MBC가 25년 여 만에 이런 방송을 한 이유에 대해 “사장이 청와대 낙하산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가 당선인이 돼서도 똑같다”며 “도무지 우리 가족들이 단 하나도 인정할 수 없는 방송을 한 것이다. 과거 안그랬던 MBC가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KAL 858기 사건은 “1987년 11월 28일 밤 11시 27분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출발,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기착한 뒤 방콕을 향해 가던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기장 김직한)가 29일 오후 2시 5분경 버마 근해인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공중폭발해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발표한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 당시 항공기 동체를 찾지 못하다 3년 가까이 지난 1990년 3월에야 잔해가 발견됐으나 국과수 감식결과 폭발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안기부는 증거반환요청을 하지 않아 유일한 증거인 항공기 동체는 1995년에 폐기처분됐다.

   
MBC가 15일 밤 방송한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이와 관련해 KAL858기 가족회는 방송에 앞서 15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김 씨에 대해 25년간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도우며 살겠다’고 한 약속을 내팽개치고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여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반면, 피해자 가족들은 25년 내내 가난 속에서 피눈물로 모질게 살아왔다”고 비판했다.

가족회는 거짓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현희 자필 진술문’ ‘북한관련 김씨의 신원’ ‘안기부 수사기록’과 관련해 “이런 숱한 거짓을 밝히고자 작년에 3차례에 걸쳐 공개 토론회를 김현희에게 요구하였지만 모두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가족회는 박근혜 당선자에게도 “전두환 정권 말기에 안기부의 주도하에 발생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지 그 입장을 묻고 싶다”며 “박 당선자가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6억 원을 전두환에게 받아서 전두환을 비호하고 싶은 게 아닌지 알고 싶다”고 밝혔다. 

가족회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에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족회는 대선이 끝난 뒤 지난해 말 대통령직 인수위에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요구 청원서를 넣었으나 아무 답변없이 청원서가 그대로 되돌아왔다고 차 회장은 전했다.

   
차옥정 KAL858기 가족회장.
©연합뉴스
 

다음은 차옥정 KAL858기 실종자가족협의회장과 16일 나눈 인터뷰 요지이다.

-MBC에서 방송한 김현희 출연 대담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김현희가 115명을 죽인 범인이라며 26년이 지나고서야 왜 지금 매스컴에서 내보내느냐. 정작 그가 말하는 것 중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MBC에서 방송한다니까 김현희 태도가 달라졌나 해서 방송을 봤는데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 MBC가 그런 사람을 데려다 하는 방송이 아니지 않느냐. 시민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방송을 봤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115명을 죽였으면 재판 끝내고 법대로 이미 사형당했어야 했다. 범인이 아니니 26년 동안이나 살려둔 것 아니겠느냐.”

-맞지 않는 말이 어떤 게 있느냐.
“저렇게 큰 비행기가 어떻게 아무런 잔해와 폭발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느냐. 또한 김현희의 국적이나 신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밝혀보기나 했느냐. 결국 이날 방송은 (정권과 MBC에 의해) 각본대로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가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젖먹이 아이들과 고생한 경험담도 내놓던데.
“죄짓고 목숨이 붙어있으면 자신의 아들이 어떻고 딸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어찌 할 수 있느냐. 정말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는 게 원망스럽다, 하도 어이가 없다. 가족의 생사가 사람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26년 간 이렇게 사는 데 정부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그러면(방송에서까지 이러면) 되겠느냐.”

-정부와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박근혜 당선자가 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지난달 말에)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넣었으나 일주일 전 쯤 그대로 돌아왔다.”

-실종자 가족들이 1997년 김현희씨와 만나서 ‘운명’을 탓하며 눈물만 흘렸다고 김씨가 이번 방송에서 말하던데.
“실종자 115명 가운데 승무원 20명, 승객 95명인데, 승객 가족 가운데 극히 일부만 안기부가 김현희를 만나게 해준 것이다. 우리는 만났는지도 몰랐다. 현재 가족대책위 위원들은 대부분 승무원 가족이다.”

-이번 방송에서 김씨는 9년 전 방송 3사에서 제기한 의혹 가운데 어렸을 적 자신의 화동사진들 중 일부가 가짜라는 의혹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기록) 사진 가운데 자신의 사진인 것도 있는데 안기부가 잘못 첨부한 사진만 문제삼은 것이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실제 자신이 아닌 사람을 자신으로 지목해 첨부한 사진이 버젓이 나온다. 이북에서는 아직도 김현희를 모르고 그 사진을 보며 웃는다 한다.”

-KAL 858기 사건 의혹 중 ‘동체 실종’, ‘국과수 기록상 폭파흔적 부재’ 뿐 아니라 ‘김현희의 여권을 제작해준 이’ ‘차편’ ‘투숙한 호텔 방번호’ ‘폭파지점’ 등에 대한 김씨의 진술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은 사실 등 2003년 방송 당시 제기된 주요 의문점에 대해 이번 대담에서는 대담자인 신동호 아나운서가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김씨가 이번에 말도 아닌 소리만 하더라. (신동호) 아나운서도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스러웠다. 앞으로 인기나 얻을지 의문이다. 김씨는 우리나라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다. 가공이 아니면 이대로 지금까지 살려놓을 수 없고, 폭파였으면 왜 남은 흔적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겠느냐.”

-MBC가 26년 만에 이런 방송을 긴급하게 한 이유는 뭐라 보는가.
“사장이 청와대 낙하산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가 당선인이 돼서도 똑같다. 도무지 우리 가족들이 단 하나도 인정할 수 없는 방송을 한 것이다. 과거 안그랬던 MBC가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장 때문이지 않겠느냐. 당시 사건이 터진 직후 사흘만에 정부가 김씨를 데려와 가족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다. 전두환이 자신이 살고 노태우를 대통령 만들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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