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를 운영하는 가족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여성을 수년간 학대했다는 내용을 방송한 SBS에 대해 법원이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제작진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여기에 맞는 현장을 수집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만들어 방송 내용을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SBS 측은 “다소 오류나 과장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장 문용선)는 11일 김아무개(42)씨와 남편 윤아무개(49)씨, 딸(20)이 SBS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인 김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 제작진이 이미 자신들만의 사실과 결론을 도출하고 줄거리를 구상한 다음 이에 맞추어 취재 및 촬영을 진행하고 줄거리에 맞게 편집을 하여 제작한 악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제작진은 이 사건 방송을 위한 취재 초기부터 원고들이 가해자이고 변ㅇㅇ이 피해자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진은) 원고들의 주장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그 해석한 내용이 맞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판결했다. “자신들의 결론에 부합하는 현상만을 발췌”했다는 것이다. 
 
   
▲ 당시 방송된 화면 중 일부.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2008년 9월16일과 30일, 10월14일에 방송된 <긴급출동 SOS 24> ‘찐빵소녀’ 편이다. 당시 SBS는 강원도 홍천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한 가족이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한 소녀를 데려다 일을 시키면서 학대를 일삼고 폭행을 가했다고 방송했다. 촬영팀은 제보를 받고 2008년 6월말 손님으로 가장하는 등 취재 끝에 첫 방송을 내보냈다.
 
SBS는 ‘찐빵소녀’ 변아무개씨가 주인 김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흉기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방송했다. SBS는 ‘주인과 격리한다’는 이유로 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한편, 경찰에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법정구속돼 6개월간 실형을 살았고, 2009년 9월 춘천지법이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려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에도 법정공방은 계속됐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이듬해인 2010년 5월 서울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김씨와 가족들은 같은 해 11월 SBS를 상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에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제작진이 미리 사실과 결론을 끌어내고 줄거리를 구상한 다음 이에 맞춰 취재·촬영·편집·제작한 악의적인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 당시 방송된 화면 중 일부.
 
 
이에 앞선 2010년 6월에는 김씨와 가족들이 국가와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3명을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12월 김씨 가족에게 4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신상이 노출됐고, 이를 공표한 배경과 시기, 장소 등이 위법성을 없앤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김씨는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SBS가 악의적인 조작을 했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다”며 “저희가 그동안 당했던 게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해서 온 세상 사람들이 SBS가 악의적 방송을 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소 과장이 있고 일부 허위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3억원 (판결)이 나오겠냐”며 “법원 판결문이 (무죄의)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한 상태라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다소 오류나 과장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조작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1심과 2심 재판부가 SBS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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