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법원이 내린 증인출석 명령에 불응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해 재판부가 “일반인과 달리볼 필요가 없다”며 “방상훈 사장이 법정에 나와서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재차 출석을 요구했다.

피고인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의 변호인단은 오는 2월 중순 예정된 법원 인사 전에 현 재판부의 판결을 위해 구인장을 발부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장자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종걸 의원 재판과 관련해 방상훈 사장 소환장에 대해 방 사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서 재판부의 증인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방 사장은 지난 4일자로 제출된 증인불출석 신고서를 통해 △2차 피해가 우려되며 △장자연 사건이 자신과 전혀 무관하며, 자신이 사건을 알지 못한다는 설명을 했다고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설명했다.

김병철 주심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 입장은 피고인이 사회적 지위가 있다 해도 일반인과 달리 볼 필요가 없다”며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가 적시돼 고소한 것인데, (출석시 다시 노출돼) 문제가 된다(해도) 고소인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상훈 사장이 법정에 나와 어떤 말을 하느냐는 예상되는 부분이지만 변호인 입장에서 어떻게 심문할지도 지켜보는 것이 맞다”며 “(방 사장이) 법정에 나와봐야 한다는 것에 우리 재판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 재판부는 오는 2월 중순 예정된 법원 인사이동 관계로 시일이 촉박해 방 사장이 계속 출석 불응시 어떻게 할지를 두고 변호인단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고 장자연씨.
©연합뉴스
 

 

정연순 유남영 안상운 등 이종걸 의원측 변호인단은 방상훈 사장을 소환해 이 재판부에서 판결을 받기 원한다면서도 일반인과 달리 소환한다해도 방 사장이 응한다는 보장이 없으나 일정은 촉박하기 때문에 (강제)구인장을 발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인규 재판장은 “증인이 처음 출석하지 않았다고 바로 구인장을 발부하지는 않는다”며 “우리 (인사) 일정 때문에 막바로 (선고)할 수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 (증인 출석후 진술하지 않은채) 그대로 종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로 정하고 재차 방 사장을 출석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방 사장은 지난해 6월 말 법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 7월 12일 법정에 제출한 ‘증인채택 결정에 대한 피해자 탄원서’를 통해 ‘2차 피해 우려와 자신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 사장은 고소인이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사례에 대해 원칙적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건 직후인 2009년 분당경찰서 수사 때도 조사받지 않았다”며 “경찰이 방상훈 사장에 대해 부실하게 수사했기 때문에 법정에서라도 증인이자 고소인 진술을 들어봐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고 밝혔다.

정연순 변호사는 “언론재벌의 총수와 관련된 사건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런 식으로 출석하지 않게 될 경우 방상훈 사장 측 논리대로 하면 앞으로 출석할 증인은 아무도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도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 사장이 검찰에서도 진술하지 않았는데 법정의 증인출석도 하지 않은 것은 사건 피해자로 법정에 재판을 청구하는 고소인으로서 권리와 의무 가운데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특권이 깔려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방 사장의 사건 연루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고인의 명백한 죽음을 밝힐 수 있는 고인 작성 문건 때문이었다”며 “방 사장도 하고 싶은 얘기를 법정에 나와서 하고, 사건 관계의 실체를 법원이 밝혀낼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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