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입단속’ 인수위, “불러주는 말 만 쓰라고?”
‘입단속’ 인수위, “불러주는 말 만 쓰라고?”
출입기자들 “불통, 대변인단 능력 의구심”… 민주 “폐쇄적, 불통 우려”

인수위원회가 조용하다. 떠들썩했던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수준이다. 인수위원회 구성 때부터 밀봉된 봉투를 열어야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인수위 내부에서 입단속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7일 당선인 주재 1차 인수위 전체회의 자리에서 직접 “인수위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결국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내부 입단속을 당부했다.

이 같은 기류는 대변인들을 통해 기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박선규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당선인이)대변인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것 이외에 설익은 이야기,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 하셨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아울러 당선인 일정에 대해서도 경호상의 이유로 공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언론인들께서 대변인들이 엠바고를 요청할 때, 다 받아주신다면 (일정은)여러분들께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의 일정이 경호상 문제로 노출되지 못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공식화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이 난무하는 것도 분명 바람직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자칫 대변인실에서 불러주는 내용만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공개가 불투명하다는 문제도 있고, 언론의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윤창중 대변인은 6일 인수위원 워크숍에 대한 브리핑에서 “기사가 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관심을 크게 모았던 인수위의 첫 워크숍의 ‘기사거리’를 대변인이 판단한 것이다. 같은 날 김용준 위원장은 인수위 첫 회의 부터 “보안을 어길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계법령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 명단 발표를 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용준 위원장은 명단 발표 후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연합뉴스
 

‘닫힌 인수위’에 기자들도 어이없다는 눈치다. 동아일보 홍수영 기자는 5일자 ‘기자칼럼’을 통해 “박 당선인 인수위는 사무실 공간을 배치하며 취재 공간을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보다 3배가량 늘렸다. ‘소통’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실을 늘린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기자는 이어 “당선인의 ‘입’이 닫히면 국민은 책임 있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대변인조차 박 당선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결정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상황을 충분히 알릴 때 불필요한 해석이나 오보도 나오지 않는다는 소통의 기본 원칙을 당선인 측이 혹여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수위  출입기자들의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불만도 높다. 한 인수위 출입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대변인이 당선인 발언의 맥락을 잡아주고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데 백브리핑의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그냥 대독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수위 출입기자도 “오보나 오독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황설명이 필요한데 다른 창구도 없고 유일한 창구인 대변인은 인선과정에서 보듯 백브리핑도 없이 그냥 발표만 하고 휙 나가는 수준”이라며 “전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지금 형태는 윤창중 대변인이 브리핑하면 받아쓰는 방식인데 기자 일이 그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윤 대변인이 ‘기사거리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물론 브리핑 내용도 본인이 판단해야겠지만 내가 30년 기자생활 했는데 기사거리가 없다는 식은 몰상식하다”고 비판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시대는 이미 개방적, 민주적으로 변했는데,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폐쇄적,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인수위 면면을 보면, 실무형이라기 보다는 자문형으로 박근혜 정부 5년의 밑그림을 조언은 할 수 있되 책임질 인사들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박 당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과의 막힘없는 ‘무한’ 소통”이라며 “‘나를 따르라’ 식의 낡은 리더십으로는 결코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임기 5년 내내 민의를 거부하고 일방통행만을 고집하다 결국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며 “박근혜 ‘벙커’ 정부의 신호탄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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