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말하는 언론, 조성민 불행에 책임 없는가
비극 말하는 언론, 조성민 불행에 책임 없는가
[기자칼럼] “스포츠기자라는 인간들이…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고 최진실씨의 남편이었던 전직 야구선수 조성민씨가 지난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함께 그의 자살 소식이 알리는 언론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사망을 알리는 속보성 기사는 물론 빈소 분위기, 그가 죽기 전 애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지인들과 네티즌들 그리고 최씨 유족들의 반응 등이 모두 기사화 됐다. 3일 동안 그의 죽음과 관련해서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기사건수는 2000건에 달한다.  

최씨는 살아생전에도 언론의 관심대상이었다. 한때 일본 리그에 진출하는 전도유망한 야구선수가 부상 등으로 국내의 어느 구단도 영입을 원하지 않은 선수가 되고, 톱 여배우와의 결혼으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결국 이혼했고 전처는 자살했다. 극과극의 삶을 산 그는 언론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의 삶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또 재구성됐다.

한 마디로 언론에게 최씨는 ‘뉴스메이커’ 혹은 ‘트러블메이커’였던 것이다. 정작 최씨는 이런 언론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헤럴드경제의  기사 <“저 인간이 바람피워서…” 故 조성민을 괴롭혔던 것들>에 따르면 조씨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스포츠신문 기자라는 인간들이 나에게 아무 것도 확인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기사를 써 내는 바람에 정말 미칠 지경이다.”

“일방적으로 나에 대해 기사가 나오고, 일반인들은 그 기사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기자들이 막무가내로 기사를 써”낸다며 조씨가 격앙어린 반응을 보일 때는 최씨와의 이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이라고 한다. 가족들이 외부에 단 한마디로 하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소설 쓰듯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자 무척 화가 났다고.

   
▲ 고 조성민씨의 영정사진
©CBS노컷뉴스
 

추측건대, 조씨의 입장에서 기자들이 ‘막무가내로 기사를 써 내’던 또다른 때는 ‘최씨가 남긴 재산관리를 조씨가 관리하려 한다’는 기사가 나올 때일 것이다. 당시 이 소식을 전한 한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조성민, 양육권 넘기는 대신 재산권 요구>

“고(故) 최진실의 전 남편인 조성민이 양육권을 유족에게 넘기는 대신 재산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인의 사망 후 조성민에게는 두 아이의 법적 후견인으로서의 권리가 주어졌으나 아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친권자 자격은 부여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친권자 자격을 놓고 유족과 조성민 사이에 법적 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당시 이런 내용의 기사가 차고 넘쳤다. 기사에 조씨의 입장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 조씨는 파렴치한으로 인식됐고, 고인이 된 최씨와 두 자녀들을 동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회에서는 부모 한쪽이 사망하더라도 가정법원 심리를 거쳐 아이들 후견인이 정해지는 ‘최진실법’이 만들어졌다.

결국 조씨는 2008년 10월 28일 각 언론사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해명이었다. 

“마치 아이들의 친아버지임을 빌미로 고인의 재산을 욕심내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오해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는 누군가의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제3자 (변호사, 금융 기관, 신탁 등)를 통하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결정권이 생길 때까지 엄마가 아이들에게 남겨 준 유산을 최대한 투명하게 관리하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조씨가 2009년 12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에게 과도하게 관심을 쏟는 언론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두 자녀와 즐겁게 노는 사진이 한 여성지에 실린 것에 대해 “나도 모를 때 와서 찍어갔다. 아이들 얘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다른 오해도 생기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스포츠조선에서 며칠 전에 애엄마 산소에 다녀온 기사가 난 걸 봤다. 솔직히 가슴이 철렁 했다. 또 내 얘기가 어떤 식으로든 언급돼 욕먹는 건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기사에는 그의 심정이 더  명확하게 나온다. “사회생활이든, 야구든, 조성민이란 이름을 갖고 사는 게 참 힘들다는 느낌이 또 들었다.”

 

   
▲ 스포츠조선 2009년 12월 29일자 머리기사
 

하지만 그 뒤에도 언론은 그의 ‘불행’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조성민, 재혼 부인과도 별거 중…파경위기?>, <두산, 조성민 투수코치와 재계약 포기>…. 그가 죽기 전인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언론을 장식한 기사 역시 폭행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었다. ‘정당방위’였음에도 쏟아진 언론보도를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바람 잘 날이 없는 문제아’로 각인된 셈이다.

조씨의 죽음 이틀째인 7일 언론들은 최씨와 조씨 일가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일어나는 비극사를 돌아보는 기사들을 생산해냈다. 한 언론은 비극사의 책임을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돌렸다.

스포츠연예매체 OSEN은 <최진실家 비극사, 악성루머-댓글에 경종>이란 기사에서 “갑작스러운 최진실과 최진영의 사망에 비난의 화살은 최진실과 이혼한 조성민에게 쏠렸다. 재산 및 자녀 친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故 조성민이 수많은 악성댓글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가 지적한 대로 조씨는 분명 악성댈글에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에게 아무 것도 확인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기사를 써 내는’ 언론에 더 큰 상처는 받지 않았을까. 그를 둘러싼 악성댓글도 이런 기사들이 없었다면 조금은 더 잠잠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도 조금은 덜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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