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김정남을 인터뷰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일고 있다. 최초 의혹을 제기했던 이상호 MBC 기자는 허위 사실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가 결정됐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김재철 사장이 결재를 하고 있지 않아 의구심도 일고 있다.

논란은 김정남을 인터뷰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방콕 특파원 허무호 기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인터뷰를 성사시켰다고 시인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고발뉴스는 허무호 특파원이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선거 3일 전부터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결국 인터뷰를 성사시켰다'고 보도했다. 특히 허 기자는 "5분간의 인터뷰 동안 김정남이 평소와 달리 무척 긴장한 것으로 보였으며 세간에 돌고 있는 자신의 망명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해 인터뷰가 실제 이뤄진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혔다. 허 기자는 인터뷰를 추진했는데도 보도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나는 모른다. 데스크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허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허 기자는 "만나기는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고 (인터뷰 관련)내용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허무호 특파원이 리포터 하는 모습. ©MBC 사진캡처
 

허 기자는 "촬영을 하지 않아 보도할 게 없었고, 설사 촬영을 했더라도 기사는 데스크와 상의하고 난 뒤에 하는 일"이라면서 공식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기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목소리를 녹음하는 싱크도 할 수 없었지만 인터뷰 관련 내용을 물어봤다.

MBC는 지난해 12월 18일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허 기자가 “방콕 교민으로부터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를 원한다고 보고해 취재 지시를 내렸다"며 "허 특파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17일 저녁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허무호 특파원은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간 것뿐이며 아직 김정남을 만나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 이상호 기자와 허 기자가 밝힌 대로라면 MBC의 해명은 거짓말이 된다.

허 기자는 17일 김정남을 만나지 못했다는 MBC의 해명에 대해 "김정남을 19일 오후 5시에 만났기 때문에 18일경 회사의 해명은 시점상 맞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 기자는 '18일 논란이 됐는데도 19일 굳이 김정남을 만났던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부터 김정남을 추적해왔다. 다른 기자들보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고 김정남을 취재하고 싶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허 기자는 특히 "이상호 기자의 주장과 회사 발표 내용을 시간 순서로 비교해보면 누가 거짓말이 하고 있는지가 명백히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발뉴스 취재진과 허무호 기자와 통화에서 분명 인터뷰 사실을 시인했다. 보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데스크가 판단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 이상호 MBC 기자
 

허 기자가 김정남을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불똥은 국가정보원으로 튀고 있다. 김정남이 방콕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경로를 파악할 수 정보의 수준은 국가정보원이 취급할 수 있는 사안인데 어떻게 허 기자와 MBC가 인터뷰를 추진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는 김정남의 이동경로 정보를 건네준 정보 제공자를 밝혀야 한다며 국가정보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런 일이 국정원 도움 없이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허무호 기자는 "말레이시아에 있으면서 국정원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시기가 미묘해서 오해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국정원에서 주어진 정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지역 교민이 제보해준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이상호 기자의 MBC 김정남 인터뷰 의혹이 허위 사실이라며 징계를 추진했던 MBC가 현재까지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MBC는 지난해 12월 28일 이 기자를 회사 명예 실추 혐의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내용을 결정했지만 김재철 사장의 최종 결재가 나지 않아 징계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MBC가 인터뷰설이 일정 정도 사실로 드러나자 이 기자의 징계 근거를 상실해 어쩔 수 없이 최종 결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C 홍보부는 허 기자가 김정남을 접촉한 사실을 시인한 것에 대해 "조만간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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