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사건 고소인이자 증인자격으로 출석통보를 받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출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의 피고인인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 측은 고소까지 한 당사자가 왜 법정에 나와 떳떳하게 증언하지 못하느냐며 강제구인요청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자연 사건 관련성을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종걸 의원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는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방 사장을 신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 의원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28일 방 사장에게 증인소환장을 발송했다. 이 소환장은 최근 송달돼 방 사장은 오는 7일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도록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방 사장이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의 고위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안나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방 사장의 출석 여부가 법원의 최종 결론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나갈 수 있겠으나 우리가 판단컨데는 이미 사건의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다 드러나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 장자연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지난해 11월 공판 때 출석해서 한 증언과 앞서 나왔던 여러 증언들이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는데 큰 증거가 됐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태에서 방 사장이 출두하는 것은 (언론사 보도용) 사진 한 장 찍히는 기록이라는 것 외에 의미가 없다”며 “방 사장 출석을 통해 예를 들어 재판부가 ‘왼쪽으로 가려는데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시종일관 방상훈 사장이 고 장자연씨의 술접대나 성접대를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두고 이 관계자는 “언론사 사장이 자신과 관련이 있는데도 없다고 잡아떼고 거짓말하면서 재판을 5건이나 벌렸다면 조선일보는 간판내리는 것”이라며 “상식에 비춰 판단해볼 때 방 사장이 룸살롱 가서 술먹고 밥먹었으면 그것을 본 누군가가 증언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든 문제가 파생된 사건”이라며 “우리 사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 장자연씨.
©연합뉴스
 

이에 대해 피고소인인 이종걸 의원의 변호인은 방 사장의 출석 거부 입장은 법의 절차를 수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안상운 변호사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 사장 스스로 떳떳하고 억울해서 법의 보호를 요청했으면 법정에 나와 무엇이 억울한 것인지 밝히라는 재판부의 명령과 법의 절차를 수용해야 한다”며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자신과 무관해도 소환장 나오면 나가는데 고소인 신분이면서도 재판부의 출두명령을 거부한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이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사 방 사장’으로 기재된 문구가 누구를 언급한 것이냐는 가리는 것인데 당사자로 지목됐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고소한 방 사장 스스로 왜 출석하지 못하느냐는 것.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해 3월 ‘조선 방 사장’의 실체에 대해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검찰 수사기록에 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전 스포츠 조선 사장은 사실무근이며 이런 보도야말로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해왔다. 전 스포츠 조선 사장은 지난해 6월 25일 이번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장자연을 내가 만난 것은 맞지만 그 자리는 방용훈 (코리아나 사장)이 주최한 자리였다”고 증언했다고 안 변호사는 전했다.

안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고소인 주장이 맞는지 안맞는지 법정에 부르지도 않고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어디있느냐”며 “방 사장이 계속 법정출석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부과와 함께 강제구인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기록돼 있고,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김종승씨의 캘린더에도 ‘2008년 7월 17일 조선일보 사장과 오찬’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두고 안 변호사는 “이런 근거만 보더라도 방 사장과 연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 김종승씨가 캘린더의 조선일보 사장에 대해 ‘스포츠를 빼고 조선일보 사장으로 쓴 것’이라고 최근 재판에서 증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스포츠조선 사장은 당시 미국에서 온 두 명의 손님과 강남 역삼동에서 식사를 했다며 증거자료까지 제시하는 등 분명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고 안 변호사는 설명했다.

방상훈 사장의 경우 캘린더에 적혀 있는 당일 날 LG그룹과 간담회 자리에 갔었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방 사장이 출석해 증언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안상운 변호사는 전했다.

이밖에 안 변호사는 최근 재판에서 방정오(방상훈 사장의 차남)씨가 지난 2008년 10월말 강남의 룸살롱에 술을 마셨다고 장자연씨의 로드매니저 김아무개씨가 증언한 사실을 들어 “방정오씨가 경찰에서 ‘자신은 그런 자리인 줄 모르고 늦게 갔다가 빨리 나왔다, 장자연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방정오씨와 이 술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한아무개씨를 추가로 증인신청했으나 재판부가 아직 채택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 변호사는 2007년 10월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사장이 주재한 자리에 장자연 씨가 있었다는 김종승 전 소속사 대표 등 참석자의 증언이 있었으나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