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에서 오전 10시까지로 종래보다 2시간 확대하는 것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절충안에 합의했다. 최소한 밤 10시부터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여야 간사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과 오영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31일 오전 간사협의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국회 브리핑에서 밝혔다.

여야 절충안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은 밤 12시에서 오전 10시로 종래(밤 12시~오전 8시)보다 2시간 확대되고, ‘월 1회 이상 2일 이내’인 의무 휴업일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 의무휴업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지난달 16일 지경위에서 처리된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기존보다 4시간 확대하고, 의무휴업일은 월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같은달 22일 새누리당이 영업제한 시간을 다시 ‘밤 12시~오전 10시’로 조정하자고 주장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유통법 개정안은 이날 오전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통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해왔던 참여연대 등은 반발하고 있다.

   
▲ 서울 마포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반대하며 지난 8월부터 합정역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장에 걸린 현수막. ⓒ조현미 기자
 

앞서 30일 참여연대는 긴급성명을 내어 “원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지한 개정안은 밤 9시부터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국회 지경위에서 여야 합의처리 과정에서 밤 10시로 조정되면서 이미 한 차례 새누리당 측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고, 밤 10시부터는 반드시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져야 그나마 경제민주화와 상생의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밤 12시부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해 봤자 중소상인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그릇된 인식이 유통법 개정안 원안 통과를 막고 있다고 규탄했다.

박 당선인이 지난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부터 하느냐 밤 10시부터 하느냐 그 얘기인데 밤 10시부터로 하면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데 문제가 있고 농업인이 힘들다. 그래서 밤 12시로 하자는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그동안 농민들과 납품업체들에게 불공정 거래를 일삼던 유통재벌과 이를 묵인·방조해오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며 “이 분들의 매출이 몇 조원대로 줄어든다는 것은 유통재벌들이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과장된 수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국회에 제출된 100개가 넘는 법안 중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새누리당 법사위 의원들이 집요하게 유통법 개정안 원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이 사태는 박근혜 당선인까지 나서서 원안 처리를 거부함으로써 사태가 더욱 꼬이고 있다”며 “박근혜 당선인은 전국의 많은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가장 핵심적인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는 거부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