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는 끝났다. 김어준·주진우·김용민은 더 ‘큰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협동조합에 의한 가칭 ‘국민TV방송’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벙커1’에서 만난 김용민 PD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친(親)노나 친(親)민주당과 같이 특정 세력을 대변하지 않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견제하고 힘없는 사람을 대변하는 대안방송을 만들겠다”며 국민TV방송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김용민 PD는 팟캐스트 나꼼수를 시작할 때부터 24시간 다양한 뉴스를 접근성 높게 소비할 수 있는 미디어허브를 구상하고 있었다. 선거가 끝나자 대안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가 커지면서, 뉴스타파 회원수가 급증한 만큼 국민TV방송 논의도 힘을 받고 있다. 김 PD는 왜 이런 모험을 주도할까. 그는 KBS·MBC의 편파보도가 최소 5년은 더 이어질 것이 자명하고 종합편성채널 4사와 보도채널(YTN·뉴스Y)까지 친여성향의 뉴스를 내보내는 상황에서 방송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TV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권력에 장악된 언론밖에 없다. 조중동 종편은 신문과 달리 현장의 사실이 있어서 조작이 어렵겠다 기대했지만 사람이 나와서 말로 (왜곡을) 해버린다. MBC노조가 파업접고 들어갈 때 역할을 기대했지만 (파업참가 기자·PD들은) 신천교육대로 쫓겨났다. 지금 같은 언론지형이 아니었다면 (국민방송) 만드는 게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 '나는꼼수다' 김용민 PD. ⓒ이치열 기자

김용민 PD는 “뉴스가 오염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대다수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것 자체가 부정선거·관건선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이란 허약한 체제에 모든 걸 기대할 수 없다. 기자·PD의 절대 다수가 노조 조합원이었고 싸웠지만 (공정보도 쟁취) 못해냈다”고도 덧붙였다.

국민TV방송 TF는 이러한 언론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뤄졌다는 게 김 PD 설명이다. 그는 “공영방송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구조에서 공영방송 구성원이 정론 보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영방송의 회복을 기대하는 흐름과 별도로 새로운 (운동)트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TV방송은 허황된 논의이며 특정 정치세력을 반영하는 나꼼수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TF에 참여하는 주요 인사 중에는 과거 <데일리서프라이즈> 등을 운영하며 친노인사로 알려진 서영석씨도 있다. 김 PD는 비판여론에 대해 “과거 <라디오21> 시절 친노 언론으로 찍힌 다음 언론으로서 정체성에 타격을 입었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이어 구상중인 방송이 나꼼수의 뉴 버전은 아니라고 밝히며 “나꼼수라는 상징이 갖는 대안미디어의 열망이 확장됐다고 보는 게 좋겠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꼼수)는 마중물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조합이 알아서 할 것이다. 김어준·주진우 역시 일개 조합원에 불과할 뿐”이라고 전했다.

출자금 50억이면 가능…제작인력 70명·지상파 80% 수준 임금 구상

이번 방송개국 시도를 두고 혹자는 ‘망상’이란 표현을 썼다. 김 PD는 “망상일 수 있고, 꿈에 그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대안방송을 바라는 국민의 열기는 즉자적인 울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언론을 지켜봐온 것에 대한 결과이다. 기존 미디어 공식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결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열기에 응답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기대감마저 좌절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정치혐오가 커져 투표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민주주의의 중대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방송의 실체에 대해 김 PD는 “'돈 모아 종편 또는 기존 방송사 인수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신 분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우선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의 경우 정부기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뿐아니라, 현재로선 절대적인 역량부족이라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것. 신규 종편사 허가도 날 리가 없고, 케이블은 특수목적의 PP기 때문에 보도를 중점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게 김PD 설명이다.

현재 TF는 인터넷망을 통한 TV수상기 시청 같은 방식을 고민 중이다. 김 PD는 “법망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TV에서 시청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거의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콘텐츠 소비가 가능한 방식을 고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선 데일리 뉴스로 시작하고 규모가 커지면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예능도 할 것”이라 전했다.

제작인력은 “소수의 경력과 다수의 신입기자를 포함해 70여 명 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은 “지상파 3사의 80% 수준이 될 것”이라 밝혔다. 김 PD는 “앞으로 1~2년은 맨땅에 부딪히는 시기다. 자료화면도 없다. SBS와 YTN도 10년이 걸렸다.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2012년 4월 29일 나꼼수 1주년 기념 용민운동회 현장. ⓒ이치열 기자

모든 관건은 돈이다. 김PD는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 개념으로 출자금을 모은다면 민주적인 소유구조 속에서 국민의 열망을 조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회원을 모을 생각이다. 나꼼수 청취자가 매회 1000만 명이 넘었다. 출자금 5만 원 이상을 내는 조합원 5만 명이 우선 목표다. 이후 매월 신문구독료에 준하는 수준의 비용을 시청료 개념으로 받을 생각이다.” 그는 기반이 마련되면 훗날 케이블TV진출도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

미디어협동조합은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이다. 김 PD는 “조합원들이 바라는 콘텐츠를 통해 반향을 일으킨 다음 비조합원들도 저 뉴스를 안 보면 내가 뒤쳐질 것 같다고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초 추진위원회를 통해 정관을 만들고 조합승인을 받은 뒤 조합비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에는 국민TV방송 개국을 위한 첫 간담회가 열렸다. 실무절차가 완료되면 빠르면 1~2월 중으로 조합원 모집공고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어준·주진우도 조합에 참여한다. 개국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것이다. 팟캐스트는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다. 이제 나꼼수가 갖는 재미와 운동성을 반영한 새로운 정론보도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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