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나자 노동계 인사 징계·기소 ‘봇물’
대선 끝나자 노동계 인사 징계·기소 ‘봇물’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불구속 기소… 강원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 징계 통보

대선이 끝난 지 5일째에 접어든 24일 노동계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징계 소식이 잇따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정회)는 24일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하거나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 및 노조파괴 중단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뒤 다음날 아침까지 가두시위 과정에서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경찰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3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교내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400여명과 함께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도 ‘불법 집회’를 개최한 혐의에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검찰 기소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8월 16일 김영훈(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훈 위원장은 11월 7일 임원 직선제 시행 유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료사진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20일에는 강원도청(도지사 최문순)이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에게 징계를 통보했다. 공무원은 대통령의 행정 ‘파트너’라는 점에서 공무원노조 위원장에 대한 징계 추진은 박근혜 당선자가 말한 국민대통합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24일 성명을 내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대통합 약속을 지키겠다고 확인한 시점에서 징계를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에 14만 공무원노조 전 조합원은 분노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초 인수위가 출범하면 설립신고와 해고자 원직복직 문제를 들고 바로 교섭에 나설 계획이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10월 20일 열린 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을 통해 “공무원의 권리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14만 조합원 여러분께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며 “더 큰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강원도청은 민주통합당 출신 최문순 도지사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도청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끊임없이 징계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중남 위원장은 강원도청에 휴직계를 냈으나 도청은 현재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휴직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무단결근이 된 것이다. 강원도청은 지난 7월 초에도 김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으나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행정안전부가 교부금을 미끼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을 징계하라고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다”며 “심지어 민주노동당 출신인 지자체장도 징계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권은 2009년 전국공무원노조에 해고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후 노조가 세 차례나 설립신고를 다시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은 공무원노조 이전 집행부에서도 간부들이 제출한 휴직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단결근으로 처리, 해고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KT도 대선 다음날인 지난 20일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에게 26일 오후 4시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징계위의 표면적 사유는 무단결근과 무단 조퇴이다. 무단 결근의 경우 지난 10월 16일 허리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진단서를 제출한 것이고, 무단 조퇴는 이달 5일 호루라기 재단 호루라기상과 6일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리 알리고 조퇴한 건이다.

이해관 위원장은 올해 KT가 주관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종료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고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5월 경기도 가평지사로 전보조치됐고 이 위원장은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는 8월 부당전보 조치를 철회하라는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으나 KT가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 중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공익제보자로 선정돼 호루라기재단의 ‘호루라기상 특별상’,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 참여연대의 ‘의인상’을 수상했다.

참여연대는 24일 논평을 내고 “KT가 징계위를 여는 것은 이미 국가기관의 보호조치 결정이 내려진 공익제보자를 다른 이유를 들어 재차 탄압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약 26일 징계가 이뤄진다면 참여연대는 호루라기재단·한국투명성기구 등과 연대해 징계 불복절차 법률 지원과 함께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다시 신청하고 KT를 규탄하는 시민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정회 부장검사)는 법학교수들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울산지검으로 이송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법학 교수 35명은 지난 13일 “현대차가 근로자 불법파견을 지속하고 이다”며 정 회장을 고발했다.

교수들은 이미 금속노조가 울산지검에 두 차례 현대차 임직원들을 고발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건을 유야무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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