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타임즈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당선 소식을 알리면서 “독재자의 딸(A former dictator’s daughter)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20일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대부로 꼽히는 사람으로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통제라는 두 가지 유산이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누고 있다”면서 “박근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박해하고 국가 전복의 누명을 뒤집어 씌워 고문하기도 했다”면서 “많은 희생자들이 반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현대 같은 정경 유착의 재벌 대기업을 지원하는 박정희의 경제정책은 중소기업들을 내쫓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 신문은 “박정희는 심지어 록음악과 장발, 미니스커트 등을 단속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그는 1961년 그의 아버지의 군사 쿠데타를 나라를 구하기 위한 혁명으로 포장하고 지난 7월에는 최선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그의 아버지가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서 복무한 경력”이라면서 “대선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본군 중위까지 했던 사람의 딸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AP 통신도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이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면서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생활했던 청와대에 다시 입성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한국인들은 여전히 박근혜를 18년간 집권한 아버지의 ‘전형(embodiment)’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군부 통치자(military ruler)의 딸”이 “아버지의 ‘새마을 운동’ 구호를 경제발전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즈는 최근 논란이 됐던 ‘strongman’이라는 표현을 썼다. 철권 통치자, 결국 독재자라는 의미다. “1960~1970년대 한국을 지배했던 독재자의 딸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면서 “1998년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그의 명성은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로부터 물려받았다”며 “한국인들은 부유한 나라가 된 것이 박정희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장기간 억압해온데 대해서는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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