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하루 앞둔 가운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짧은 3분만에 모두 보여주는 투표독려 애니메이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튜디오 쉘터'라는 애니메이션 창작집단이 만들어 지난 15일 공개한 이 영상은 게임 형식을 빌어 1945년 독립부터 2012년 대선까지 역사를 축약적으로 보여준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일반 민중이며, 스테이지마다 '중간보스'를 물리치고 일명 '끝판왕'과의 마지막 대결을 하는 내용이다.
 
스테이지는 시간 순서에 따라 총 4개로 나뉘어져 있고, 중간보스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암시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튜디오 쉘터는 무엇보다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요소에 주목했다. 어렵고 지루한 한국 근현대사를 게임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재밌게 표현했고, 캐릭터와 음악 등 곳곳에 작은 디테일들이 살아있다. 
 
스튜디오 쉘터는 젊은 사람들이 투표권의 소중함을 느끼고 투표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애니메이션을 총괄한 임바다 프로듀서(30)는 "젊은 예술가들이 투표 시기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아서 만들게 됐다"며 "투표권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웠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스튜디오 쉘터 임바다 프로듀서와의 일문일답이다.
 
- 제목인 데코크라시 데모(Demecracy Demo)는 무슨 뜻인가?
두 가지가 뜻이 있다. 첫째, 게임의 형태이지만 완벽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데모(사전 제작본)라는 의미가 있다. 둘째,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못했고 데모 시기를 거쳐왔다는 뜻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국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렇게 이름 붙여놓은 것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다. 
 
-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취지는 무엇인가? 
일단 젊은 예술가들이 투표 시기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뭔가 하나라도 만들어 보자라고 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재밌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단편적이지만 대략 이런 흐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싸워왔고, 국민들이 투표권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6명(김영석, 박태준, 양정우, 이성환, 임바다, 하주안)이 거의 밤 새다시피 작업해서 일주일이 걸렸다.
 
- 주인공은 누구인가?
보통 게임에는 한 명의 영웅이 주인공인데 우리 애니메이션에는 주인공 한 명이 나왔다가 죽고, 또 다른 한 명이 나오는 식이다. 결국 대중, 민중의 힘으로 세상이 여기까지 왔다는 내용을 담았다. 
 
- 스테이지마다 '중간보스'가 나온다. 
무엇보다 보는데 재미가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을 넣어놨다. 이승만 전 대통령 캐릭터는 군인을 끌고 나왔다가 비행기를 타고 도망을 간다. 또 쥐, 불도저, 명박산성 등 캐릭터도 실존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려고 노력했다. 조금 과장한 면도 있기는 하다.
 
- 박정희 전 대통령 캐릭터는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전 대통령 캐릭터는 '29만원맨'이다.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보다 잘 안보이는 위치지만 '깨알같이 숨겨진 요소'를 작품 속에 넣고 싶었다. 음악도 다 캐릭터에 맞췄다. 중간보스 배경음악으로 '대통령 이승만'(이승만), '잘 살아보세'(박정희), '드라마 제5공화국 주제국'(전두환·노태우), '나는 꼼수다 메인 타이틀곡'(이명박)이 나온다. '6월항쟁 장면'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도 나온다. 
 
- '끝판왕'은 박근혜 후보 캐릭터인가?
마지막에 머리 위에 '링'을 단 박정희 전 대통령 캐릭터가 한 아이를 던진다. 우리는 박근혜라는 사람이 개인이라기 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유신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대선에 출마했다는 의미와 과거 세력이라는 메시지를 넣고 싶었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국민들이 투표권으로 누구를 뽑을지는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끼리는 5년 뒤에 또 새로운 보스가 나타나면 '스테이지 5'를 만들어서 넣자고 농담을 했다. (민중의) 싸움이 끝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대선이 끝난다고 갑자기 좋은 세상이 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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