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기획, 각시탈 유가족 형사고소 언급 ‘적반하장’
태양기획, 각시탈 유가족 형사고소 언급 ‘적반하장’
유가족에 공문 보내 “13일까지 명예훼손·업무방해 중단” 요구

올해 KBS 수목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각시탈>의 보조출연자 공급업체였던 태양기획(대표 이강용)이 고 박희석씨 유가족에게 형사상 명예훼손 고소 방침을 밝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태양기획은 지난 10일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에게 이강용 대표의 업무대리인 명의로 ‘전언문’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전달하고 “귀하가 시위로 주장하는 현수막과 관련 인터넷 유포기사 등은 태양기획 이강용 대표를 실명으로 공개해 패륜업체, 악덕업주 등 표현을 공연하게 해 연로한 대표의 인품과 덕성을 심히 손상하는 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형사상 명예훼손의 고소고발 및 민사상 명예훼손 위자료와 영업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을 서면으로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태양기획은 드라마 <각시탈>에 보조출연자를 공급했던 업체로 고 박희석씨 역시 태양기획 소속으로 드라마 촬영을 위해 경남 합천으로 이동하다 보조출연자를 태운 버스의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태양기획을 비롯한 드라마 제작 관계사들은 사고 발생 당시 사고 원인을 조작하려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12월 3일자 참조)

   
▲ 서울 여의도 태양기획 앞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이 농성장에 걸어 놓은 현수막. ⓒ조현미 기자

태양기획은 고 박희석씨가 태양기획 소속이 아닌 이준기획 소속이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태양기획을 사업주로 보고 산업재해까지 승인했다. 유가족은 사업주인 태양기획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 9월 말부터 여의도 사무실 앞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태양기획 측은 사고 발생 8개월이 다 되도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을 형사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영업방해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태양기획은 유가족에 13일까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3조의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들어 태양기획 측의 문서를 “합법적인 시위에 불참시키고자 협박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박현승 태양기획 이사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집회 시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고 시위 현장의 현수막에 대표이사의 실명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게시해서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불법적인 요소를 중단해달라는 것”이라며 “현수막에 패륜업체, 대표이사 실명을 거론해 명예를 심각하고 훼손하고 있는데 유가족이 아니었다면 3개월이 지나도록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이사는 “불법적인 요소는 제거하고 집회나 시위를 하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태양기획의 매출을 올려주는 보조출연자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이강용 대표에게는 사업적으로 자식이나 다를 바 없다”며 “그 자식 30명을 태운 버스가 어떤 이유로든 전복돼 사고가 발생했고 그 중 한명이 생을 마감했다. 이강용 대표가 명예를 논하자면 인간으로서 최소한 도의는 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태양기획 앞 농성장에 걸린 현수막. ⓒ조현미 기자

사고 발생 이후 이강용 대표는 유가족을 만난 일이 없다. 유가족은 “수만 명이 보조출연이라는 직업을 갖고 노동을 하고 있는데 추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똑같은 패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태양기획을 퇴출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보조출연자의 이익이라는 공익적 차원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또한 사고 당시 태양기획 담당자가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재 신청해도 불승인이 난다”고 말한 것은 유족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당시 (산재를) 신청하지 못했던 것은 행정절차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가족은 “태양기획은 상질서, 사회도덕적인 측면에서 더 이상 보조출연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해서는 안 될 기업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라며 “그동안의 행위에 대해 정리해 방송국은 물론 드라마 외주제작업체에 통보하겠다”고 예고했다.

태양기획은 여전히 유가족에게 사과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현승 이사는 “저희는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말씀은 계속 드렸다. 사과라는 단어는 저희에게 과실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과연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묻는다면 버스회사나 버스회사와 계약한 제작사에 하는 것이 맞다. 교통사고 당사자를 놔두고 태양기획에 초점을 맞춰 집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태양기획은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과 이규석 사무국장도 서울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했다. 태양기획 측은 “유가족하고는 별도로 노동조합의 집행부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고소를 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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