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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와 국가보안법
동성애와 국가보안법
[고승우 칼럼] 영국, 미국 동성애 합법화 추진 움직임…사상의 자유 없는 한국, 진보 세력 확산은 불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개방 사회를 자처하는 미국, 서유럽에서도 동성애 결혼 문제는 뜨거운 감자의 하나이다. 서구의 이른바 진보, 보수 정당의 차이는 지난 2백 여 년 간의 자유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로 큰 차이가 없지만 동성애만큼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양대 정당의 경우 동성애 문제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인지 분명치 않으나 그것은 아마도 금기 사항에 속해 공론에 부친 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유권자들의 인식 수위에 맞춰 정강정책을 만드는데 열심인 이들 정당이 우리 사회에서 최근까지 금기 사항 최우선 순위에 속했던 동성애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집권을 노리면서 제기한 정책의 하나가 동성애 결혼의 합법화였다. 미 공화당과 기독교 교계에서 엄청난 반대와 비난의 공세가 취해졌지만 그는 상대 후보가 치명적인 말실수 등 헛발질을 계속하는 바람에 재선에 성공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과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파격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법원은 동성애자 결혼을 미국에서 금하는 법률이 위헌인지에 대한 공청회를 7일(현지 시간) 최초로 개최했다.

미 연방법원은 결혼이 남성과 여성간의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론과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일부 법원에서 동성애자 결혼을 허용하는 것의 법률적 의미 등을 다룰 예정이다.

한편 영국 데이비드 카메룬 수상은 동성애자 부부는 사회의 안정에 필요하기 때문에 이성 부부와 같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가디언 8일>.

카메룬 수상은 일부 의회 의원과 종교계에서 동성애자 결혼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종교계는 동성애자 결혼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다.

미국과 영국의 진보적 정당은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 권익 보호, 복지 등에서 보수적 정당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진보, 보수 정당은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선거를 거듭하다 보니 상대방의 강점을 모방하는 방식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진보라고 자칭하는 정당이라 해도 동성애 문제, 사상의 자유문제 등에서 애매한 입장이나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 진보 정당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억제하는 국가보안법의 영향이 절대적인데도 이에 대한 심각성은 별로 제기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60년 넘게 지배하다 보니 남북 문제는 물론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풍조가 깊게 뿌리를 내렸다. 고스톱, 폭탄주 문화 등 대화를 기피하는 생활 패턴이 유행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경우 정치 혁신을 주장하지만 정치 혁신은 그 기본이 사상의 자유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그것은 국가보안법의 개폐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다. 사상의 자유 없이 진보 세력의 확산은 불가능했고 그것이 오늘날 진보 세력이 소수의 위치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사상의 자유는 다양한 정치 집단의 등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유럽 국가 선거에서 정당 연합이 흔한 것은 이런 이유가 배경에 깔려 있다. 양당 중심제를 강조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적 현실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억제된 현실을 더 고착화시킬 그런 독소를 지니고 있다.

집권 여당이 ‘안철수, 문재인 연대’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것도 국가보안법으로 무장된 결과로 보여진다. 서구의 동성애 문제가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면서 결국 인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의견이 수렴되는 것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 국가보안법도 바로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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