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안철수 전 대선 후보 돌출은 ‘메시아적 현상’과 유사
안철수 전 대선 후보 돌출은 ‘메시아적 현상’과 유사
[고승우 칼럼] ‘안철수 현상’ 지속 여부 안 후보가 ‘이적’을 계속 행하느냐에 달려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 혁신을 원하는 시민사회에서 표출된 ‘안철수 현상’의 상징이다. 안철수 현상은 메시아의 등장과 흡사하다. 안 전 후보는 현실 정치의 한계와 벽을 전혀 의식치 않는 발언을 토해내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모두를 환호하게 만들었다. 그가 말하는 정치 혁신은 자신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닌 국회의 법 제정을 통해 가능한데도 사람들은 그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드리면서 환호했다. 그는 엄청난 신앙심으로 추앙받는 메시아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안철수 현상은 사실 안철수 본인의 자질과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그의 실체와 무관하게 사회적인 기대치가 그에게 투사된 것이다. 이런 모습은 어둠에 싸인 현실 속에서 어느 날 돌발적으로 출현한 메시아와 닮은꼴이다. 메시아는 어느 날 홀연히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구원자, 구도자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지거나 고통의 늪 속에서 헤매는 사회를 구원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신뢰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정치에 대해 저서나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밝힌 것을 보면 외교, 남북문제에서는 민주당보다 보수적이고 정치와 경제 민주화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다. 그의 정치, 경제 개혁은 대통령과는 3권 분립의 한 기관으로 상호견제의 위치에 있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치는 의지와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는 말이 곧 정치요 혁신이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지난해 이전까지 정치 혁신이나 사회개혁을 위해 투사의 길을 걸어온 경력이 전무하다. 그는 일류대학을 나와 사업에서 성공하고 그 후광으로 대기업 이사, 대학 교수라는 양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대선 출마이전까지 자기가 시도해서 안된 일이 별로 없었던 인물이다. 격동기를 거친 이 사회의 많은 사람이 겪었던 실패와 좌절의 아픔을 뼈저리게 경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 전 후보는 이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되는 민주화 투사나 진보적 지식인의 길을 걸어온 적이 없다. 그는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는 사회적 기여와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한 젊은이의 맨토 역할을 해오면서 이름값을 올려온 경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혜성처럼 정치권 진입을 선언하면서 정치 혁신의 상징적 인물로 추앙되면서 대권 후보로까지 단시간 내에 격상되었다.

이 사회에는 개혁과 진보를 위해 평생을 다 바치면서 노력한 사람, 목숨까지 버린 사람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안철수 전 후보는 그들을 제치고 사회적 구원자의 선봉에 섰다. 이른바 진짜 투사들이 안 전 후보를 볼 때 아하 역사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역사를 통해 씨를 뿌리는 사람 따로, 그것을 수확하는 사람이 따로 라는 것이 확인되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메시아는 이적을 보이지 않으면 모두가 외면하거나 잊혀 진다. 안 후보는 대선 단일화 실패 기정사실화했다. 그 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실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권 교체라는 자신이 말한 사회적 목표 달성에 적극 기여할 것인가를 의심케 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 그것은 메시아로 인식되고 추앙받던 그가 구원자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과 같다.

우리의 현실 정치는 부정부패로 악취를 풍기면서 수치심을 모르는 보수 여권이나 이들보다 덜 악취를 풍기면서도 이익을 챙기는 데는 그악스런 야권, 패권주의와 기득권 사수에 물불 가리지 않으면서 종북주의 비판을 받았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탁한 정치를 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정치권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기득권에 안주하고 편 가르기, 첨단 기법을 이용한 선거 승리 기법을 애용하는데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안철수 현상은 우리의 정치 현실이 만들어낸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정치는 떼거리 게임이다. 지지 세력과 정당조직으로 정치 이념과 정책을 실천하는 분야다. 말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는 말과 의지로 다수의 지지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현실 정치가 정치 메시아를 탄생시킬 기운이 무르익었을 때 그가 깃발을 높이 든 것이다. 그것은 지독한 행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행운은 겹쳐서 오지 않는다.

행운이 행운인지를 알고 대처하면 크게 위태로움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메시아는 스스로 그 자리에서 밀려나는 일을 자초하게 된다. 안철수 전 후보가 메시아적 위치를 계속 지키려면 그가 이적을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는 구원자의 이름을 잃게 될 것이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