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야권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었다. 나는 교사이며 교육학자이기 때문에 경제나 정치 분야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게 다른 모든 분야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교육을 돌아보라고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이번 대선의 주제는 명백히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참여정부, 혹은 민주당의 과오를 고치는 일도 나름 의미는 있겠으나, 그 각오와 쇄신은 다른 무엇보다 이명박과 새누리당 정권의 과오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그것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우고 보여줌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무슨 정당의 쇄신이니 당 내부의 인적쇄신이니 뭐니 하는 것이 별다르게 분리된 일이 아니다. 인적쇄신은 계획을 세우고 보여주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판가름 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가장 심각하게 도탄에 빠진 영역은 교육 분야다. 교육 분야는 이명박의 아바타인 이주호가 5년 내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교과부 차관, 교과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한 번도 손을 놓은 적이 없는 영역이다. 다른 영역은 주인공이 바뀌면서 우왕좌왕한 면이 있지만, 교육만큼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관철되었다. 게다가 교육은 미래의 유권자와 현재의 가장 적극적인 유권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 매우 긴급한 문제다. 그러니 도탄에 빠진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논박이며, 유권자들에 대한 가장 절절한 호소다.

그렇다면 일관되게 관철된 이주호표 교육정책의 원리는 무엇일까? 기록을 남기지 않기로 유명한 이명박 정부인지라 자신들의 교육정책에 대해 전혀 체계적인 정리를 남겨놓지 않았지만, 그래도 드러난 정책들을 분류해 보면 이주호의 교육정책을 관통하는 원리는 크게 1)인적 자본론, 2)집중과 선택 3) 경쟁의 원리다. 이것을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 1) 수월성교육, 나중에는 창의인재 교육, 2) 효율성 극대화, 3) 수요자 중심 교육 이다.

인적자본론은 교육을 부가가치를 창출할 능력이 있는 노동력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즉 인재양성이다.

집중과 선택은 그러한 노동력의 산출의 극대화의 관점에서 교육에 대한 투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어가 부가가치 산출에 절대적인 노동력의 요소라면서 영어 몰입교육에 다른 교육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또 상위 20% 학생 외에는 특별히 교육받은 노동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교육혜택이 집중되도록 자원 분배를 설계하는 것이다.

경쟁의 원리는 이렇게 집중되는 혜택과 투자의 대상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당사자 간의 경쟁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쟁결과 앞서나가는 쪽이 선택되며, 뒤처지는 쪽은 버려진다.

이 원리들을 이해하고 나면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의 확대,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 일제고사, 교원평가, 성과급, 고교 선택제 등 각종 줄 세우기 경쟁체제의 도입, 이를 부추기는 각종 정보공시제도의 도입 등이 겉보기보다 훨씬 심각한 제도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학생들의 과목수를 줄여준다는 미명하에 사실상 매 학년 국영수 위주의 시간표를 짤 수밖에 없게 만든 집중 이수제에서 극치를 이루었다. 게다가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은근히 교사들의 정원을 감축하여 노동 강도를 높여나가다가 급기야 법정 교원 정원마저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교사들의 경쟁과 노동강도의 강화는 그대로 학생들의 경쟁과 학습강도의 강화로 이어진다. 어릴 때 부터 1%와 99%가 갈라지는 치열한 경쟁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심신은 갈수록 황폐해지며, 아프다.

학생들의 이 아우성과 비명은 자신에게 가해지면 급증하는 자살로 타인에게 가해지면 학교폭력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폭력이 아니라 성적비관이었다. 더 끔찍한 것은 대학생 자살율도 급격히 증가했으며, 그 사유도 성적과 취업에 대한 불안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을 자살과 폭력으로 내모는 교육. 이것이 지난 5년간의 교육에 대한 가장 분명한 규정이다.

이런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당황한 이주호는 그 근본원인은 내버려 둔 채 드러난 사태만 막기 위해 갖가지 졸속적인 대책을 내던져서 학교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하는지 마는지 알 수 없게 된 복수 담임제, 학교 시간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강제적인 스포츠클럽 시간 할당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지면에 다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학교의 아우성이 있다. 이런 것들은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듣고, 학교 현장을 꼼꼼히 체크하면 금방 다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문재인 후보는 뭔가 새로운 것을 내어 놓기 보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정리한 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중 교육정책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교육의 파탄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참여정부의 과오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면 참여정부가 주범이며, 이명박 정부는 종범에 불과하다.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확대,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제도의 복잡화로 사교육 폭발, 학업성취도 평가로 일제고사 원형 제공, 교원평가 및 성과급으로 교사들 간의 경쟁체제 도입,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학생 간 경쟁 강화 등 얼른 들으면 이주호가 주창한 것 같은 제도들은 죄다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즉 교육정책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후손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주호가 마무리 지은 이 엉망진창의 공교육을 바로잡는 일은 동시에 그 씨를 뿌린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한 청산도 겸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누가 쇄신에 반대하는 사람인지 드러날 것이며, 이 과오를 청산하기 위핸 교육혁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의 정치 역시 구현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전 후보의 교육정책 담당자들을 보면 한 결 같이 이명박 정부에게로 계승된 통칭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관련된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단적으로 보수 교육감 후보로 나선 문용린 교수보다도 더 오른쪽에 서 있다고 여겨질 분들이다. 그래서 야권이 쇄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뒤에야 신자유주의를 신좌파로 오해한 점을 깊이 후회했다고 한다. 그 후회는 참여정부가 가장 힘들게 했고,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게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했던 교육 분야에서부터 실행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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