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풍자한 홍성담 화백의 그림이 정치 풍자 대상에 대한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홍 화백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전근대적 반응이라는 문화예술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그림은 80년대부터 민중화가로 활동해온 홍성담 화백이 그린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란 작품으로 평화박물관과 아트 스페이스 풀이 유신 40년을 맞아 공동기획해 전시 중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해당 작품에 대해 악평과 호평이 엇갈릴 수 있지만 법정이나 심의 기구에서 예술작품을 재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영일 문화평론가는 “그림 자체만을 보고 여성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지만 해석학적으로 뜯어보면 결국은 박 후보가 당선이 되면 아버지 시대의 과거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추정이 된다”며 “특정 인물에 대한 모욕이라기보다 한국 현대사의 시대적 문제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나의 탄생>이란 작품은 한 여성의 자궁에서 아기의 머리가 나오는 장면을 담고 있는데 자칫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아이를 유산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작가의 내면세계를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새누리당이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박 후보가 과연 여성성을 대표하는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격한 찬반 토론을 펼치는 모티브로 활용하는 것이 맞지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퇴보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는 애브젝트 아트(Abject Art)라는 ‘일부러 역겹고 혐오스러운 소재를 이용하는 작품 양식’도 논의되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것만 예술로 인식하는 한국사회에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홍 화백의 작품 수위는 외국에 비해 오히려 낮다는 평까지 내놓았다.

박영택 교수(경기대 예술학과)는 박 후보가 출산하는 장면이 여성을 비하하고 모독한 것이 아니냐는 대중의 평가에 대해 “예술성이 있느냐는 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작가들은 추상적이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형성화하는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면서 “홍성담 화백은 80년대를 거치면서 그림을 통해 사회 고발적이고 부도덕한 권력에 대항하는 유형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이번 작품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도 “홍 화백의 작품은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불편하니까 싫다고 할 수 있지만 창작의 의도나 자율성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홍 화백이 여성성과 개인의 생명을 비하하는 작가였다면 그 맥락에서 비난받을 수 있지만 패러디의 기본정신에 맞춰 불가피하게 들어간 소재이기 때문에 여성과 출산을 비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적 풍자는 정치적 국면에서 나올 수 있는 문화적 행위 중 하나이고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소신과 정치적인 고민에 대한 의식이 투영된 작품이라면 폭넓게 이해해줘야한다”면서 “새누리당의 법적 대응 발표가 정치적 계산에서 하는지는 몰라도 21세기 공당으로서 하지말아야 할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홍 화백의 작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풍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엄격히 규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패러디물이 나왔지만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교수(동양대학교)도 새누리당의 법적 대응 방침에 "유치하다, 지금은 21세기 아니냐"면서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향후에도 예술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걱정스러운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욕을 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예술 작품은 원래 도발적이고, 도발성 때문에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 나쁘게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이번 논란은 이명박 정부 치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권위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을 보여 준다”면서 “풍자라는 것도 받아줘야지 정치 고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에 녹아들어 있는 경건주의의 도그마에 빠져 있는 태도는 정치 하수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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