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가 아기를 낳는 그림을 그린 홍성담 화백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법적 대응을 시사한 뒤 홍성담 화백은 ‘법정에서 싸우자’고 정면 반박하면서 정치적 풍자 대상에 대한 표현의 자유 문제로 쟁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19일 여의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홍 화백이 그린 캔버스 유채 작품인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는 지난 17일 미디어오늘이 홍 화백의 그림에 대한 소개와 홍 화백의 작품 배경에 대한 인터뷰를 기사화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홍 화백은 작품 의도에 대해 "박근혜씨가 독재자의 딸이다 뭐다 하는 평가와 별도로, 이상스러운 박 후보의 처녀성, 몰지각한 여성의 신비주의 가면을 벗겨 내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이에 대해 "민중미술가라고 하는 홍 화백이 그린 그림이 여성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수치심을 일으키고 있다"며 "여성들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을 비하하면서 박 후보를 폄훼한 그림을 내건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실장은 "예술은 예술이어야 한다. 예술이 정치수단화가 돼 사용되면 예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는 과거 나치시대 선동 정치를 펼쳐 유대인을 학살한 괴벨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도 18일 논평을 통해 홍 화백의 작품 의도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정치 선동의 수단으로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폄하하기 위해 예술이 동원된다면 이러한 예술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 확산 이후 인터넷에서도 홍 화백의 그림에 대한 평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적 풍자 대상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악의적 그림이라는 비난이다.

홍 화백은 논란 확산 이후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면서도 새누리당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한번 재판장에서 미학적 준거틀을 가지고 법정에서 판단을 해보라고 할 수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홍 화백은 이어 "만화와 같은 그림을 한 컷 그려놓고 이 난리를 치면 인터넷과 신문 지면의 만평을 그리는 화백들도 일일히 하루 몇건씩 법적 대응을 해야 하고 논평을 해야 하는 웃기는 판이 벌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시를 기획한 평화박물관 측에도 언론 보도 이후 항의성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평화박물관 측은 "아직 새누리당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면서 "개인 차원에서 홍성담 화백을 지지한다는 전화와 그림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 논란이 확산될 것을 예상했나?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 새누리당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번 재판장에서 미학적 준거틀을 가지고 법정에서 판단을 해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와 같은 그림을 한 컷 그려놓고 이 난리를 치면 인터넷과 신문 지면의 만평을 그리는 화백들도 일일히 하루 몇 건씩 법적 대응을 해야 하고 논평을 해야 하는 웃기는 판이 벌어질 것이다.

- 박근혜 후보가 직접 태아를 낳은 장면은 여성성에 대한 수치심을 일으키고 특정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나오는데

한국 여성 태반 거의 모두가 분만대 위에 올라갔다 오는 것은 보편화된 일인데 이를 여성성에 대한 수치라고 비난하는 맞지 않다. 박 후보의 처녀성을 가지고 교묘히 이상한 신비주의를 만들어 신격화시키고 있는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 같은 신격화가 계속되면 파시즘 독재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고 그래서 신격화된 이미지를 벗겨보고 싶었다. 박근혜 후보가 결정하면 결정한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신격화의 문제이고 파시즘이다. 여성성의 틀로 이 작품을 비판한다면 여성주의자는 여성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정치 비판적 소재에 대한 표현의 자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풍자 영역에 대한 논쟁도 예상된다.

풍자에는 해학과 익살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야유와 조소도 들어있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정통 판소리를 보면 소위 출산의 성스러운 문제를 가지고 마음껏 풍자와 해학을 하고 야유하고 조소하는 것이 널려 있다. 전통 탈춤에서도 새각시가 중과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은 장면이 널려 있다. 마당판에서 웃고 즐기면서 양반 등 권력자를 조소하고 야유를 하는 것 아니냐.

- 특정 후보를 폄훼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작품은 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을 떠나 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정치인들을 사기꾼 집단이라고 보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특히 박 후보의 신비주의와 신격화된 문제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연결되면 파시즘 독재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 홍 화백의 작품의 의도를 떠나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을 들어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소위 전라디언이라는 비난이 나왔는데 지역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비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 이번 작품 외에 <바리깡/-우리는 유신스타일>의 작품 의도도 궁금하다

지난 9월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같은 날 오후 부산에 내려가 싸이의 말춤을 춘 것을 보고 착안한 것이다. 아버지가 죄 없이 죽인 사람들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데, 아무리 대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같은 날 부산에 내려가 말춤을 출 수 있느냐? 인간된 도리가 아니라고 봤다. 한 무리들이 한 가운데 머리를 민 모습은 뭐든지 밀어버리는 '바리깡 권력'을 표현한 것이다.

- 줄곧 민중화가로서 활동해 왔는데 이번 작품만 유독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보고 있나?

제가 갑자기 이런 작품을 한 게 아니라 5월 광주 민중 항쟁 연작 판화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제국주주와 군국주의를 꾸짖었던 야스쿠니의 미망이라는 회화 연작 80점도 그렸고, 시화호 같은 환경 문제를 가지고도 150점의 회화 연작 작품을 그렸다. 이런 연속선상에서 그려진 그림인데, 작품 한 점을 가지고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것도 작가로서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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