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중산층이라는 개념부터 모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중위소득을 5500만원으로 잡으면 연봉 2750만원부터 8250만원까지가 중산층이라는 이야기다. 이 이상은 상류층, 이하는 빈곤층이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1990년 75.4%에서 2000년 71.7%로, 2010년에는 67.5%로 줄어들었다.
중산층 비중이 줄어드는 건 추세적인 변화다. 가처분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4.76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3.79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도 1996년 0.257에서 지난해 0.289까지 치솟았다. 최근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경기 흐름을 반영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붕괴는 임금 격차가 큰 데다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인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25.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6.3%, 벨기에는 4.0%, 스위스는 9.2%, 일본도 14.5% 밖에 안 된다. 미국과 영국도 각각 25.3%와 21.1%로 우리나라보다는 낮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공약에는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은 있지만 지금도 최저임금은 해마다 인상하고 있다. 어느 정도를 인상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경제성장률의 물가상승률 합에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중산층 비중 확대는 둘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경제인총연합회 등은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인상돼 경제성장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저임금연대는 “제조업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7.0%와 6.4%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오히려 생산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성이 악화됐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실제로 노동소득 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2010년 59.2%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민주노총 정책국 이창근 국장은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단위 노동비용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는데도 노동에 그만큼의 몫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50%는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중산층 확대는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라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확대하고 산별 교섭구조를 보장하는 정책적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