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에서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부결된 직후인 8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은 “(여당추천) 김충일 이사에게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박근혜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위원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스테이 시키라’는 전화를 했다”고 폭로했다. 양 상임위원은 이날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지려 한다”며 상임위원직을 사퇴했다.
 
양 상임위원은 “10월22일 저녁, 새롭게 들어간 여권 추천 위원 김충일, 김용철 박충식 이사와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대체로 해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입장을 모았고, 22일 저녁에 마지막으로 만장일치로 갈 것이냐 6대3으로 갈 것이냐는 논의를 시작했다”며 “(그런데) 23일 저녁에 김무성 하금열 두 분의 개입으로 인해서 (합의가) 무너졌고 그게 25일 (해임안이) 상정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 양 상임위원은 “전화 내용은 기본적으로 (김재철 사장을) 스테이 시키라는 것”이라며 “그 분들이 전화를 안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처리하기로 여야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여당 추천 이사에게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막아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김충일 이사가 마지막에 자신의 입장도, 소신도 없이 오로지 자기를 뽑아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충성하다가 드러난 사건들이고, 그리고 (김 이사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변명하다가 발언한 사건”이라며 “더 설명할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 상임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 철저히 속았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재 김재철 체재는 박근혜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무리하게 김재철 지키기에 나서면서 공영방송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개입 의혹은 최근 솔솔 피어올랐다. 지난 6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될 경우 정부와 여당쪽에서 김 사장 퇴진을 막기 위해 방문진의 여당 이사들을 압박했다는 정황을 폭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또 양 상임위원은 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23일 저녁에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가 청와대의 모 씨와 그 다음에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김재철 사장 해임결의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양 상임위원은 관련 내용을 폭로하고 상임위원직을 내던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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