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사는 신문사 종이신문에서도 음성적으로 거래돼 왔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뉴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닷컴’이 운영하는 온라인지면이 광고기사의 주무대가 됐다. 특히 네이버 뉴스캐스트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닷컴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최소 수백만 원을 받고 ‘광고기사’를 뉴스캐스트에 노출시키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가 자신의 신뢰도를 팔아가며 기업의 홍보수요를 충족시키는 셈이다. 좋은 상품을 골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기사로 광고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지난 7월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기사형 광고가 논란이 된 직후 누리집에서 기사형 광고를 내보내던 ‘기업PR’ 섹션을 없앴다. 한겨레 사례는 보도자료 서비스의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겨레 박상유 전략사업부장은 “보도자료 서비스는 실익이 없다”면서 “(한겨레는) 콘텐츠와 광고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의 시각으로 보면 광고보다 ‘광고 같은 기사’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포털에 등록하는 기사가 네티즌들에게 가독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광고 플랫폼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광고주들이 광고 대신 홍보 비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언론사에게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언론사가 공식적인 광고(AD) 외 다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광고기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기업의 홍보수요와 언론의 수익모델 사이에 있는 것이 바로 대행사들이다. 대행사는 닷컴과 수십에서 수백 건 계약을 한 뒤 이를 기업 등 고객에게 판다.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언론사 기자로 등록돼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

물론 모든 보도자료가 언론사 기자나 온라인뉴스팀의 이름을 달고 각사 누리집과 포털사이트에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론사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지나치게 광고성 내용이 아닌 자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매체 신뢰도 때문이다.

언론사의 이런 행태에 대해 서울신문 한정일 뉴미디어사업부장은 “언론의 공신력을 이용한 행위”라고 봤다. 서울신문의 경우 다른 매체보다 광고기사가 적은 편이지만 홍보대행사나 광고대행사가 배포한 자료를 온라인뉴스부 이름으로 공급하고 있다. 한정일 부장은 이어 “(서울신문은) 혐오광고도 줄이고 있고, 광고대행사 요청으로 오는 보도자료 기사도 중단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일 부장은 이런 행태의 배경으로 닷컴의 열악한 경영상황을 지목했다. 그는 “자력갱생해야 하는 닷컴이 많아 이런 매출방식이 생겼다”며 “월 수천만 원 매출을 올리는 매체도 여러 곳”이라고 전했다.

월 수천만 원의 광고기사 매출의 중심에는 홍보대행사가 있다. 대행사 오픈프레스는 누리집에 네이버 메인에 노출시킨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오픈프레스에 따르면, 헤럴드경제가 지난해 8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노출한 <송혜교, 졸리·탕웨이 누르고 최고 ‘입술 미녀’ 등극> 제하 제목의 기명 기사는 광고기사다. 이 기사는 배우 송혜교에 대한 인물기사가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의 새 립스틱에 대한 내용이다. 홍보대행사들의 누리집에는 이런 사례가 셀 수 없이 쌓여 있다.

오픈프레스 관계자는 ‘네이버 뉴스캐스트 기사 게재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언론사와 커뮤니케이션”를 강조하며 “(네이버에) 어떻게든 노출시킨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행사의 네이버 뉴스캐스트 노출 상품은 텍스트 기준 450~500만 원이다. 사진이 붙는 ‘섬네일’은 1000만 원 이상이다. 이중 70% 수준이 언론사 몫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보도자료 노출 서비스가 광고기사로 거듭나면서 ‘산업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홍보대행사를 통한 광고기사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어 “그러나 재정적으로 열악한 (모회사인 신문사와 독립적인) 닷컴이 경영압박에 영업국, 판매국에서 광고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기자들이 이런 실태에 둔감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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