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의 광고기사 실태가 도가 넘었다. 언론사들이 음성적으로 운영하던 아르바이트 ‘광고 기사’를 이제는 아예 홍보대행사 영업담당에게 ‘기자’ 직함까지 주며 작성하게 하고, 해당 광고기사를  포털사이트에 바로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버에 노출되는 광고성 기사는 수십만 원 단위에서 고객-홍보대행사-언론사로 유통되고 있다. 언론사는 자신의 공신력과 신뢰도를 팔아 광고기사를 게재한다. 품격있는(?) 기사형 광고(advertorial)가 줄고 광고기사가 대세가 됐다.

△홍보대행사 간부가 객원기자?=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이대연 기자’를 검색해보자. 브레이크뉴스 이대연 기자는 오후 5시 기준 하루 4건의 기사를 썼다. 이 기사들은 모두 오후 3시께 포털에 노출됐다. 모두 광고성 기사다.

문제는 이대연씨가 홍보대행사의 직원이란 점이다. 브레이크뉴스와 홍보대행사 오픈프레스에 따르면, 이씨는 브레이크뉴스에서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는 오픈프레스 총괄팀장이다. 이대연 팀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객원기자로 등록돼 있다”면서 “(오픈프레스) 우리가 언론사와 네트워크가 잘 돼 있고, 홍보대행사로서 언론사에 자료와 기사를 보내다보니 (브레이크뉴스에서 기자 직함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언론사에서도 기자 직함을 받고 기사를 쓰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까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픈프레스는 포털사이트에 언론홍보를 대행하는 업체다. 이 대행사는 누리집에 전자신문의 네이버 뉴스캐스트 기사를 예로 들며 이를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오픈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자신문인터넷㈜이 뉴스캐스트에 노출한 <이영애, 중국대륙에 한류 ‘재점화’> 기사는 KT의 홍보 대행을 맡은 오픈프레스가 작성한 기사다.

전자신문인터넷은 이 대행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뉴스캐스트에 노출했다. 기사 작성자는 ‘온라인뉴스팀’이고 사진 없는 텍스트 기사다. 이 대행사는 같은 해 10월 뉴스캐스트에 노출된 전자신문인터넷의 <스마트폰으로 달라진 우리 삶의 모습은?> 기사 또한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이 오픈프레스에 네이버 메인 게재 비용을 문의한 결과 텍스트 기사의 경우 1건 당 450만 원, 사진과 함께 노출되는 기사는 1000만 원으로 확인됐다. 부가세는 별도다. 오픈프레스 관계자는 ‘청년벤처의 소셜게임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홍보하고 싶다’는 기자에게 “언론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떻게든 노출시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 리뷰 형태나 청년벤처 성공 인터뷰 등의 기사 형식을 제안하며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9시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대행사는 언론사 접촉부터 기사 작성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행사가 언론사에 넘기는 금액은 이중 70% 수준이다. 500만 원일 경우, 수수료 30%가 대행사 몫이고 나머지는 언론사가 챙기는 셈이다. 사진이 붙은 ‘썸네일’ 기사의 경우, 대행사는 고객에게 최하 1000만 원을 받아 언론사에 700만 원 이상을 보낸다. 대행사도 언론사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광고기사… 아르바이트에서 산업으로=보도자료를 기사화해 네이버에 노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광고기사는 이미 산업화돼 있다. 홍보대행사 H&A의 ‘보도자료 네이버 노출 홍보 상품’ 자료에 따르면, 종합일간지는 물론 경제지 전문지 통신사들이 모두 보도자료를 기명기사로 게재하거나 보도자료 원문을 포털사이트에 노출하는데 비용을 받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소 홍보대행사가 상품 홍보자료나 기사를 네이버에 노출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건당 최저 15만 원에서 최대 40만 원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조선닷컴 내 라이프 섹션(결혼·살림·육아/리뷰/여행 등)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데 일반업종 30만 원(부동산·병원 32만 원)이 필요하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기명기사 게재 비용은 22만 원(병원 24만 원)이다. 한국경제는 업체 전화번호까지 게재가 가능하며 건당 40만 원이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와 민간통신사 뉴시스의 경우 20만 원이다.

이 문건에 나온 금액은 대형 대행사가 중소 대행사에 제시하는 ‘도매가격’이다. 대형 홍보대행사는 언론사로부터 받은 금액 중 대행 수수료 25~35%를 떼고 중소 대행사에 도매가격을 제시한다. 통상 고객은 3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컨대 언론사가 최초 대행사에 제시한 금액이 15만 원이라면 고객은 최종 대행사에게 4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전자신문 등 십여 개 가까운 언론사를 거론하며 “보도자료 노출의 경우, 대행사와 언론사가 수십~수백 건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입수한 ‘인터넷서울신문 광고게재 신청서’는 이런 관행을 잘 보여준다. ㈜서울신문사와 홍보대행사 간 ‘광고게재 신청서’를 보면 서울신문 나우뉴스가 보도자료 기사를 네이버에 최근 수개월간 수십회 전송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백만원대였으며, 건당 광고료는 10만 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 뉴미디어사업부 관계자는 나우뉴스가 대행사의 보도자료를 기사로 게재하고 전송해 온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보도자료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터뷰를 거부했다.

언론사들이 뉴스 편집권과 바이라인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배경에는 신문의 수익성 하락이 있다. 그러나 경영진이 매체의 공신력을 판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장지호 정책실장은 “경영진이 매체의 공신력을 광고주에게 판매한다면 매체 신뢰도가 떨어지고 독자도 찾지 않을 것”이라며 “광고주와 대행사가 신뢰도 낮은 언론사에 접촉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장 실장은 이어 “영업국이나 판매국에서 직접 기사를 쓰는 곳도 있다”면서 “언론인들이 이런 관행에 저항하지 않고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