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선전이 ‘NLL 포기 발언, 투표시간 연장, 박근혜 후보 여성 대통령 논란’ 등을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두 진영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진실이 가려지기는커녕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주요 정치 의제에 대해 심판자 역할을 포기한 채 단순한 구경꾼 수준의 전달 역할을 하거나 핵심 내용을 빗겨가는 식의 물타기 보도를 하면서 특정 정당을 도와주는 비언론적 행각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NLL 포기발언 의혹과 관련해서는 고소·고발전을 벌이면서 격한 충돌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주요 내용은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등의 국회 발언 등으로 이미 그 진실이 밝혀졌다. 즉 남북정상간 비밀 회담은 없었다는 것, 역대 정권은 NLL 고수 원칙을 지켜왔다는 핵심적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언론이 이런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야의 논란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그러면서 제 4부의 역할을 확고히 할 경우 이 문제는 더 이상 여야의 주요 쟁점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먹튀' 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연계를 제안해 놓고, 말을 뒤집느냐며 벌어지는 논란도 공당의 대외 발표가 지닌 엄중한 의미에 비춰보면 지속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다. 정당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다면 국민을 상대로 광대 정치, 사기 정치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을 언론이 엄밀하게 따져서 보도를 해야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이 내놓는 의견을 뒤쫓아 전달하는 경마식 보도에 매달리는 것은 언론이 정당의 선전홍보기구로 전락하는 행위다.

야당 후보가 "정치가 장난이냐"고 비판한 것이나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는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지닌 의미를 언론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거를 치르지 않는 정당에 선고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의무를 양보라도 하듯 조건을 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주장한 것은 그 이전에 이 당의 창구역할을 하는 주요 당직자가 야당에 대해 한 말을 뒤집은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이 대선 과정을 시시각각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부적절한 행각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여성 대통령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어 언론이 이를 방관자적 입장에서 단순보도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언론은 각 정당의 관련 주장 등을 엄밀히 따져보아야 사회적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쪽에서 주장한 ‘박 후보는 여성이지만,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박 후보는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권세를 누리고 대선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후광 정치의 후진적 사례일 뿐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국가 폭력으로 고통받던 이 땅의 수없이 많은 여성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쪽은 ‘여성이 최고의 지도자로 탄생하는 것보다 더 큰 정치변혁은 없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여성 지도자가 탄생하는 것은 한국 여성사를 한 단계 향상시키고 새로운 분야에 여성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야당은 진영 논리에 휩싸여 여성 대통령을 부정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 대통령은 한국 헌정 사상 중대한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권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한 삶을 살아왔는가, 정치적 견해와 활동이 여권 신장에 얼마나 기여했고 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박 후보의 여성 대통령 논란이 지닌 의미가 명확해진다. 언론이 이런 점을 분명히 밝혀야 유권자들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정당과 언론은 그 영역이 다르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이익 집단인 반면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사회의 소금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알리는 사회의 목탁이다. 언론이 지금처럼 정치권의 주장을 언론의 시각에서 재가공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치중한다면 언론은 정당의 홍보 나팔수에 불과하다.

언론이 제 영역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존재 의미를 스스로 짓밟는 행위다. 언론이 정당의 입만을 바라보며 그들의 주장을 쫓기에 급급한 자세에서 벗어나 정당의 거짓말, 말 바꾸기 등은 단칼에 응징하는 식의 건강하고 경제적인 보도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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