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의 뒤를 이을 재선거 예비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보수 쪽은 물론 어이없는 상고심 판결의 충격을 가다듬느라 시간이 필요했던 진보 쪽에서도 유력한 후보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곽 교육감 선고도 나기 전인 지난달 19일에 조국 교수가 트위터에 올렸던 발언이 한 달도 더 지나서 느닷없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일부언론에서 자신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데 분명히 '노'라고 했는데 자꾸 이러니 글로 남긴다며 전혀 의사와 능력이 없습니다. 이와 별도로 초중고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인 교육감은 교수가 아니라 교사출신이 하면 좋겠습니다"

이 트윗의 핵심은 조국 교수가 자신은 교육감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안나간다고 하면 그만일 것을 안나가는 이유로  “교수가 아니라 교사출신이 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여서 엉뚱한 오해를 사게 됐다. 아마 조국 교수는 자기가 초중등 교육을 잘 몰라서 교육감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굳이 거기에 “교사출신”이란 용어를 사용해서, 엉뚱하게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듯한 오해를 사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안철수 캠프 쪽에서도 쓸데없는 발언이 흘러나왔다. 일요신문 지난 16일자에 따르면 최근 안철수 캠프의 관계자도 “서울시뿐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어른”이라며 “그런 자리인 만큼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보다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 출신이 후보로 적합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초중등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초중등 교사 출신이 해야 한다는 말은 그 말 자체만 따지면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교수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무소속 후보 캠프 관계자가 아니라 교사들 입에서 나왔어야 할 말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런 말을 섣불리 하지 않는다.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교사 출신이 교육감 선거에 나서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그런 후보가 있다 하더라도 초중등교육을 잘 알고 있는 제대로 된 교사출신 후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지 교사 출신이라고 해서 초중등 교육을 잘 이해하고, 학생과 교사들의 고충을 잘 보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문제는 어떤 교사 출신인가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무솔리니, 박정희도 다 교사 출신이다. 이들이 초중등 교육을 잘 이해하고 새로운 교육의 지평을 열어젖혔나? 그러니 단서를 붙여야 한다. 교사 출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최상의 교사 출신이라고.

최상의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 수업을 열심히 하고,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늘 탐구하는 자세로 살면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지 고민하며, 사회 불의를 향해서도 용기를 낸 그런 교사이다. 이런 정도 교사가 되려면 교직 경력이 적어도 15년에서 20년은 돼야 한다. 이렇게 한 20년 훌륭한 교사로 봉직하다가 교육감 선거에 도전해서 당선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사실 이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에는 이런 교사가 많지 않고, 이런 교사가 교육감 선거에 나서서 당선되기도 어렵다. 교육감 선거를 규정하고 있는 교육자치법이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공직선거법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따라 교육감 선거는 시도지사 선거에 준한다.

그러니 교사가 교육감 선거에 후보로 나서려면 90일 전에 사직을 해야 한다. 반면 교수는 휴직만 하면 된다. 교수는 낙선 하더라도 복직할 수 있는데, 교사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 해도 교육감 선거에 나서려면 평생 쌓아온 직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아 온것도 아니니, 20~30년 봉직했다 한들, 모아놓은 재산이 있을 턱이 없다. 직을 함부로 걸기 어려운 것이다. 심지어 교사는 교육감 선거 캠프에도 참여할 수 없으며, 선거운동은 물론 심지어 교육감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여곡절 끝에 돈을 구해서 선거에 나갔다 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인맥인 동료교사들을 활용할 수도 없다. 교사들의 관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슨 수로 평생 교사로 살아온 후보가 선거 캠프를 꾸리고 선거운동을 하겠는가? 그게 가능한 교사 출신 후보가 있다면, 그는 교사나 교육계 외의 인물들을 두루 알고 있다는 뜻이며, 사실상 교사가 아니라 정치인으로 살아왔단 뜻이니, 단지 교사 경험이 있다 뿐, 조국 교수가 말하는 초중등교육을 잘 이해하는 후보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만약 지방 검사장을 선거로 뽑는데, 현직 검사는 출마할 수도 선거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한다면, 농협 조합장을 뽑는데 농민들은 출마할 수도, 관여할 수도 없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그런데 교사들은 자기들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 여기에 대고 “교사 출신이 교육감 선거에 나서야”라고 던진 조국교수의 말은 어차피 나설수 도 관여할 수도 없는 교사들을 약올리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교육자치법이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시도지사 선거에 준하게 해 놓고는 다시 교육감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지위라 하면서 정당공천이나 정당의 선거개입도 원천 봉쇄해 놓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다.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수장인데, 초중등 교사들의 출마는 물론 선거운동이나 정책참여도 봉쇄돼 있다. 광역시·도지사의 지위를 가진 선출직인데, 정당의 개입과 공천도 봉쇄돼 있다. 직접 당사자인 교사도 안 되고, 시·도지사를 배출하는 정당도 안 된다면 대체 여기에 누가 참여할 수 있단 말인가? 낙선해도 언제든지 복직할 수 있는 교수들, 아니면 도대체 뭘로 먹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10년 씩 백수로 지내면서도 여기 저기 공직 선출에 잘 기웃대는 정치 낭인들 중 교사 경력이 5년 이상 있었던 사람들 뿐 아니겠는가?

그래도 정치 낭인들 보다는 현직 교수들이 그 나마 더 나아 보인다. 지금까지 교육감 후보들로 초중등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대학 교수들이 물망에 오르내렸던 이유가, 그리고 이른바 진보교육감들 6명 중 4명이 교수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수가 특별히 더 훌륭하다기 보다는 교수외에는 나설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조국 교수에게 교육감 선거 출마를 권유한 까닭은 조국 교수가 초중등 교사 출신보다 더 훌륭해서가 아니라 훌륭한 초중등 교사 출신이 사실상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교육감은 교사 출신이 해야”라고 한 조국 교수의 발언은 대단히 무책임하며, 무의미하며, 심지어 교사들을 우롱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기왕 그런 발언을 했으니, 조 교수는 교육감 선거만큼은 교사가 휴직하고 출마할 수 있고, 후보의 정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자치법을 개정하는데 앞장서기 바란다. 물론 형법학 교수가 갑자기 교육감을 한다고 나서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심지어 어느 중견 교육학 교수는 교육감 후보 물망에 조국 교수 이름이 오르내릴 때 교육전문가로서 심한 분노와 모욕감을 느꼈다고까지 했다.

조국 교수가 핀트를 완전히 잘못 맞춘 것이다. 조국 교수가 교육감 후보로 적합치 않다고 스스로 판단했다면, 그 이유는 교수라서가 아니라 초중등교육의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교수냐 교사냐가 아니라 타분야 전문가냐 교육 전문가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 동안 교육감 선거에 교수들이 주로 나서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초중등교육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교수들이 나섰다는 것이다. 이건 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곽노현 교육감은 법학 교수 아니었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 역시 교육학 멘토와 노련한 교사 의견그룹들의 자문을 널리 구한  지난 5월 이전에는 우왕좌왕 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이제 조국교수의 트윗 내용을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을 바꿔 보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자신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데 분명히 '노'라고 했는데 자꾸 이러니 글로 남깁니다. 저는 교육감이 될 의사도 없을 뿐 아니라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초중고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인 교육감은 그 분야 교육 전문가들이 하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가 진정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치감, 노동감, 경제감 말고 교육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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