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국민적 대 축제인데도 여당에 의해 악취가 진동하는 정쟁이 부각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측이 '정수장학회 정면돌파-NLL(북방한계선) 대야 총공세'라는 선거 전략을 적극 추진하면서 구태 정치 청산 실종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두 가지 부적절한 주제를 공세적으로 앞세워 50여 일 남은 대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했다.

18대 대통령이 취임한 후 당면할 정치적 과제는 △정치와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정치 경제 공동체 구성 △유럽과 미국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한 정책 제시라는 정당의 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을 양분시키고 국론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제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1세기 선진 정치를 외면하는 지극히 파괴적이고 후진적 발상이다.

새누리당의 정수장학회, NLL 논란 정면 돌파 전략은 정치 혁신을 앞세웠던 거대 정당의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만큼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 집단이 정권에 눈이 멀었을 때 어떻게 추해지는가를 보여주는 참혹한 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새누리당은, 정수장학회 논란은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역공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NLL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가장 '효과적 무기'이자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도 일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측은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서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소유주였던 고 김지태씨의 '친일행적' 등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씨의 인연 등에 대한 추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강 대 강'으로 맞설 방침이다. 김지태씨의 친일행적이나 부정축재와 관련된 당시 보도를 추가로 제시하며 민주당이 당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 이를 내세워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을 제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김씨와 관련된 100억원대가 넘는 소송에 참여했다 것도 추가로 자료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은 NLL 문제와 관련해서 문 후보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말한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대해 같은 생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거나, 안 후보에게는 "NLL을 영토선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 답하라"고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휘두르겠다는 발상과 태도는 선거 문화를 혼탁하게 만드는 파괴적인 측면이 있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김지태씨의 '친일행적' 등을 부각시킨다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한 역사적 사실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또한 친일 행정에 관한 것이라 하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일본 제국주의에 피로써 충성을 맹세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어 제 얼굴에 침 뱉기를 연상케 한다.

정수장학회는 법원 판결과 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할 때 박 후보가 불법 강탈한 '장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치적, 법률적 대가를 치르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21세기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근현대사의 수많은 국가 범죄에 대한 과거 청산의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소송 문제는 그가 고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삼가하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이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NLL의 경우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며 △ 북한의 법률적 위상은 헌법에 의하면 북한은 국가가 아닌 불법 정치 집단이지만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사실에 비춰볼 때 북한도 국가라는 2중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 법률적 의미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정치권이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타당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어느 한 특성만을 부각시키는 태도를 취할 경우 국론을 분열시키고 이념논쟁을 부추기는 해악을 범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집권당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대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 위해 지구촌이 비웃는 식의 삼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선거는 더러운 전쟁이나 추잡한 쟁탈전이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발전시킬 가장 중차대한 제도로 유권자나 정치인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선거를 통해 정치가 발전하고 민주주의도 선진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는 미래지향적으로 최대의 정치적 축제로 소중하게 치뤄져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런 점을 인식치 못하거나 외면한 채 악취 진동하는 과거 정치로 후퇴하는 식의 정치와 선거를 하겠다는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이는 이 땅에서 퇴출돼야 할 정치 사회적 암 덩어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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