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에 소속된 주요 신문들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뉴스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최근까지 꾸준히 논의해왔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24일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신문협회 내부자료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주도로 회원사들은 포털에 ‘압력’을 행사할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이 같은 논의사실이 일부 알려져 ‘뉴스캐스트 개편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었다.

지난달 11일자 회의 문건에 따르면, 한국신문협회 소속 ‘기조협의회’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회의를 열어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서울경제,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신문 등의 경영기획 담당 임원 및 국장들이 참석했다.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세계일보, 스포츠서울, 전자신문, 헤럴드경제, 강원도민일보, 제주일보 등 나머지 회원사는 불참했다.
 

이 같은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 논의는 지난해 9월 7일 열린 신문협회 발행인 회의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포털에 대한 뉴스콘텐츠 공급 중단 필요성”이 언급됐다. 11월 17일 발행인 회의에서는 2012년 중점과제로 ‘포털 대응’이 결정됐다. 지난 3월 15일 발행인 정기총회에서는 기조협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기조협은 신문협회 회원사 기획조정 담당자들의 모임이다.

문건에 따르면, 기조협은 지난 4월 20일 정기총회를 열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3개사로 실무추진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5월 중 포털 대응 전략으로 “네이버 등 모든 포털에 기사 제공을 하지 않음”, “검색을 통한 아웃링크 전환”이라는 방안을 내놨다. 6월 15일 열린 기조협 회의에서 회원사 대부분은 이 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수익 보전 방안과 실효성 확보 등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작정 포털에서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7월에는 기존 실무팀에 국민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추가로 합류해 2차 실무추진팀이 구성됐다. 이들도 같은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통일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다만 문건에는 “실행방안에 대한 입장 차이에도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적혀 있다. 비슷한 시점에 조중동은 포털사이트와 ‘사이비 언론’을 비판하는 기획기사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들 신문들은 언론사 규모에 상관없이 포털에서 ‘동등한’ 대접을 받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이 내놓은 ‘세부 시행 방안’은 3가지로, △전회원사 동시참여 △동시 참여하되 기간을 두고 신문 그룹별로 참여 △희망 신문사 조건 없는 선 참여 후 회원사 협조 요청 등이다.

기조협은 전회원사가 동시 참여하는 안의 장점으로 “대외 명분 확보 및 여론 형성에 유리”, “캠페인과 기획기사로 전 사회적인 분위기 만들기에 유리” 등을 들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고,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로 저촉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기조협은 나머지 방안에 대해 공정거래법 상 담합 의혹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파급력이 미흡하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들었다.
 
   
 
 

한편 기조협은 포털에 기사 공급을 중단할 경우에 대비해 피해 대비책도 논의했다. 트래픽 하락과 수익 감소분을 보전하는 방안이다. 기조협은 △공급 중단 확정 회원사 간 사이트 연동 △일부 포털 철수로 전환 뒤 저작권료 수익 보전 △뉴스코리아 사업 확대 및 공동광고대행사 지정 등을 논의했다. 뉴스코리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뉴스 유통 플랫폼으로, 현재 66개 언론사의 82개 매체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기조협은 현행 48개 정부부처에 불과한 뉴스코리아 콘텐츠 판매처를 297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경우 약 400억 원의 수익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반기업(상장사 1800여개)까지 포함될 경우 수익이 급상승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기조협의회에 참석한 한 언론사 A간부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의의 목적에 대해 “낮은 포털 전재료를 올리기 위한 레버리지”, “포털 정책 변경에 대한 시위용”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뉴스생산자로 권리를 찾고 싶고 포털에 빼앗긴 주도권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라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방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마다 계약기간과 전재료가 다르고, 본사와 닷컴이 분리된 언론사의 경우 포털 전재료 의존도가 높은 곳이 많아 기조협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전면적인 ‘포털 압박’ 논란은 부인했다. A간부는 “네이버 등 포털의 시각에서 신문사는 ‘백화점에 입점한 점주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포털에 압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네이버도 이런 논의와 뉴스공급자들의 불만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런 논의가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정책에 조금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언론사 B간부는 “논의 과정에서 네이버가 내년부터 시행할 ‘뉴스스탠드’ 방식과 유사한 모델이 제안됐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온라인에서도 1등 대접을 받고 싶은 조선, 운영하는 포털이 따로 있는 중앙, 스포츠지가 있는 동아 등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이 다 달랐다”면서 “회의 중에 매체를 선택하면 아웃링크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가는 정책을 제안한 언론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언론사의 간부 C씨는 “이날 자리에서 중앙·동아가 첫 번째 방안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을 했고 회원사들 중에서도 ‘메이저’와 ‘마이너’의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다만 신문협회 차원에서 이 같은 의견을 네이버 측에 전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달 여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영찬 NHN 미디어서비스실장은 23일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신문협회 쪽으로부터 제의를 받은 것도 아니고 논의 내용도 모른다”며 “자체적으로 (뉴스캐스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왔고, 외부에서도 많은 비판들이 있어서 저희 나름대로 보완·개선된 서비스를 보여주려는 노력의 일환이지, 특별히 그 것과 연결시켜서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