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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숙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추세
미국, 노숙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추세
[고승우칼럼] 노숙자도 국가의 복지혜택 받을 주체로 존중돼야

대도시 지하도나 기차역 등에 목격되는 노숙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사회 현상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그들은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패배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통계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는 발생하기 마련이며 노숙자가 바로 그 패배한 당사자들이라는 것이다.

노숙자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기차역 대합실 등을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삼는다. 과거 구걸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80년대 전후의 한국 사회 구걸인들의 특성은 얼굴을 모자로 가리는 것과 같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집단 거주지는 시외 또는 다리 밑과 같이 일반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오늘날 노숙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 이유의 하나는 노숙자 자신의 심각한 처지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또는 상당부분 사회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자신의 실패는 자신의 과오이지만 사회에도 그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 상태는 공공장소에서 눕거나 앉아서 음식을 먹는 등의 생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각, 취각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 경향을 나타낸다.

한국의 경우 정부는 노숙자들을 공공장소에서 격리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여기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제 수용 등과 같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서울역에서 승객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영등포 역 등은 그렇지 않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노숙자에 대한 대처는 상당히 가혹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노숙자들이 크게 늘자 여러 도시에서 이에 대응해 구걸이나 공원 내 음식배급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키거나 사소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다<연합뉴스 21일>.

미국 전국 234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의 40%는 캠핑을 금지하고 있으며 33%는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이 앉거나 눕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53%는 구걸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숙행위를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조처도 나타나 냄새를 피우는 사람의 공공도서관 이용 금지, 도서관에서 잠을 자는 것 등도 막고 도시 내 캠핑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거나 공원에서의 음식물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원 내 벤치를 치우거나 공용화장실을 폐쇄하고 자동차 내에서 잠을 자는 것을 금지하기도 한다.

미국의 노숙자에 대한 제재는 한국 사회의 그것에 비해 매우 구체적이고 강압적이다. 공공장소에서 장시간 앉거나 눕는 것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노숙자는 심각한 행동의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숙자는 엄연히 소중한 사회의 구성원이며 자신의 실패에 대해 일정부분 정부로부터 복지의 이름으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사회가 먼저 시장에서의 경쟁이 공정하고 분배 과정이 정의롭도록 한 연후에 경쟁 실패자들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들의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시각, 취각적으로 피해를 준다 해서 미국 사회와 같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심각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의 부자가 99%를 착취한다는 캠페인이 발생한 곳이지만 그에 대한 처방은 아직도 나오지 않은 채 늘어나는 노숙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노숙자 문제에 대해 혹시 미국의 흉내를 내는 쪽으로 가지 않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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