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한 시간 빨라짐에 따라 편성의 유연성이 높아짐으로써 화력이 강한 콘텐츠를 전진 배치해 타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점을 확보할 수 있다"

"SBS 8시 뉴스와 경쟁을 통해 확실히 MBC 뉴스가 3위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SBS 입장에서는 이 기회에서 MBC 뉴스를 따라잡아 2위로 올라서고 MBC 뉴스는 지상파 3사 뉴스 꼴찌라는 타이틀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시간을 오는 11월 5일부터 저녁 9시에서 8시로 한 시간 앞당긴다는 MBC 경영진의 일방적인 방침에 내부구성원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9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전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현상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원인과 해법은 전혀 다른 방안을 내놓고 있다.

MBC 경영진은 이번 뉴스 편성 시간 변경은 수년간 편성 전략 검토 후 확정된 안이라며 시청률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윤길용 MBC 편성국장은 18일 특보를 통해 "MBC 편성국은 2006년 전후로 뉴스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는 별도로 편성적 처방 즉 뉴스시간대를 전향적으로 옮기는 방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왔으며 마침내 2010년 11월 주말 뉴스데스크부터 8시로 옮기고 그 성과를 지켜보면서 평일 뉴스데스크까지 시간변경을 검토한다는 전략적 입장을 갖게 됐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 변경이 시청률 반등의 효과를 보이면서 평일 뉴스데스크의 시간 변경까지 고려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MBC 편성국은 8시로 옮긴 주말 뉴스데스크 시청률의 변화 추이를 분석해 발표했다. 편성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주말 8시로 뉴스데스크 시간을 변경한 뒤 8주 기준으로 평균 8.3%를 기록했던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0.5%로 올랐다고 전했다. 개편 시간대 전체 시청률도 5.9%에서 6.7%로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MBC 편성국은 주말 SBS <8뉴스>와 경쟁력에 있어서 스스로 모순된 통계를 내놨다. 편성국 자료에 따르면 주말 뉴스데스크 시청률과 SBS <8뉴스> 시청률은 뉴스 시간 개편 이후인 11월 MBC 시청률은 10.2%로 올라서 SBS 시청률 8.7%보다 앞섰지만 12월에는 MBC는 9.2%, SBS는 8.5% 1월에는 MBC 9.4%, SBS 9.1%를 기록해 점점 시청률 차이가 좁혀졌다.

특히 2월 들어 MBC 주말 시청률은 5.0%로 떨어졌고 SBS는 12.0%로 올라서 역전을 당했다. MBC는 3월부터 6월까지는 3.9%→3.3%→3.0%→2.8%를 하향 곡선을 그렸고 반면 SBS는 3월부터 13.1%→11.7%→8.8%→7.6%로 MBC 주말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앞섰다.

이에 대해 MBC 편성국은 "파업으로 인한 경쟁력 꺾임만 없었다면 주말 8시 뉴스데스크의 성공 신화는 평일 뉴스데스크로 그대로 옮겨져 뉴스경쟁력의 새로운 성공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편성국은 또한 평일 뉴스데스크의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려는 근거로 지난 2011년 국민생활시간대조사-재택비율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녁 8시대 재택비율이 59.1%로 나타났고 저녁 9시대 재택비율은 60.0%를 기록해 거의 비슷했다. MBC는 특히 여성들이 저녁 7시 이후 재택비율이 66%에 이른다는 통계를 제시해 8시 시간대 잠재 시청층이 두텁다고 강조하면서 "시청자들이 충실한 영상과 스토리에 기반한 종합뉴스를 이른 시간에 확인해보고자 하는 수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청률 전문가들은 MBC 경영진과는 전혀 다른 진단과 전망을 내놨다. 즉흥적인 전략에 따라 MBC 뉴스데스크 브랜드가 하루 아침에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시청자들이 뉴스 소비를 어떻게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간대에 맞춰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로 뉴스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BS 9시 뉴스는 노년층이라는 충실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고 SBS 8시 뉴스도 10년 전부터 8시로 뉴스 편성을 해오면서 뉴스를 보고 오락프로그램을 이어서 보는 시청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는 30~40대 정부 비판적 성향의 젊은 층이 주요 소비층이라는 것이 시청률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뉴스데스크가 저녁 8시로 시간을 옮긴다는 한마디로 30~40대 젊은층은 뉴스데스크를 보지 마라는 것"이라며 "집에 있는 시간에 주로 TV를 보는 것이 우리나라 여가의 한 전형인데 40대만 하더라도 저녁 8시 안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 시청을 사람들의 습관성으로 분석하면 KBS 뉴스의 경우 노년층의 충실한 습관에 따라 시청이 이뤄지고 SBS 뉴스는 중간 정도의 습관성에 따라 시청이 이뤄지고 있다. MBC 뉴스의 경우 젊은 층들이 많이 봐서 뉴스에 따라 이반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8시로 뉴스 시간대를 옮기면 결국 젊은층 뉴스 시청률을 포기하고 노년층 시청 패턴을 바꿔야 하는데 적어도 1년 반 이상은 고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편성국이 뉴스 시간대 변경 근거로 8시간대 재택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여성 재택비율이 저녁 7시 이후 66%에 이른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그럼 낮에 어머니 같은 분들이 많은데 낮 시간대로 옮겨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7시부터 재택비율이 늘어나고 여가로 TV를 시청하는 것은 맞지만 그 모든 통계가 MBC 뉴스 시청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라며 "MBC 뉴스는 젊고 비판적인 뉴스 이미지가 강한데 저녁 8시 시간대 젊은층의 시청자들이 TV앞에 앉아있을 가능성이 극히 적다. 뉴스 시간대 변경은 MBC 내부에서 뉴스데스크의 젊은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말에 뉴스데스크가 저녁 8시로 시간을 옮기면서 해당 시간대 KBS 주말 드라마가 단  한 번도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고 강세를 보였듯이 평일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시로 뉴스 시간이 변경되면 MBC 시청자들은 뉴스를 보고 드라마 세편을 연이어 봐야 하는데 시청률 패턴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주일 단위의 띠로 돼 있는 편성을 바꾸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을 점검해서 대안을 내놓고 후행 프로그램까지 고려를 하는 것이 기본 편성 전략인데 결국 이번 MBC 뉴스 시간대 변경 방침은 이를 무시한 즉흥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MBC 편성국 스스로도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편성국 PD 17명은 자신들의 실명을 밝힌 성명을 내어 MBC 경영진의 뉴스 시간 변경 방침의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8일 MBC 경영진은 가을개편을 단행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 습관이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뉴스데스크 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무모한 자해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구성원들은 SBS 8시 뉴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어 "주말의 열세가 주간 전체로 확대돼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대 이동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표면적으로 보도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른 프로그램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도 나타날 수 있어 연쇄적으로 MBC 전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편성국 구성원들은 채널파워는 보도에서 나온 것이 정설이라면서 "뉴스 수요가 집중된 대선정국을 감안할 때 지금은 시간대 이동이라는 변수를 추가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킬 게 아니라 차별화된 리포트와 구성을 통해 어떻게 내실을 다질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MBC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뉴스 시간대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이 속속 계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40년이 지난 뉴스데스크의 9시대 뉴스 방영 전통을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구성원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MBC 뉴스가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추락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뉴스 시간대를 바꾼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당장 정수장학회 보도만 하더라도 뉴스데스크를 사유화하는 모습이 심해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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