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는 동교동(김대중 전 대통령)-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계 전직 민주당 계열 의원 20여 명의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이 있었다. 4선 출신 안동선 전 의원 3선의 이윤수 전 의원, 하근수, 송천영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동교동-상도동계 전직 의원들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며 명단을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로서는 나름 상징성 있는 지지선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후반기 야권을 이끌어온 인사들인 만큼, 과거사에 대한 화해로 비춰질 수 있고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이어 호남 출신 인사들이 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이윤수 의원이 대표 낭독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쳤고 유신 반대 투쟁을 했던 역전의 용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대통합을 위해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 사회의 계층과 이념, 지역과 세대 간 갈등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며 “우리가 지난 과거의 화해와 용서를 위한 밀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군사정권 시대의 격변기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우리도 그 장본인이나 지도자의 공은 눈감고 과만 보고 삿대질하는 것은 외눈박이 역사관”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이날 박 후보를 지지선언 한 20여 명의 전직 의원들의 전적은 정작 정통 야당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안동선 전 의원은 자유선진당 출신이고, 이윤수 전 의원은 2007년 이회창 당시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하근수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이미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경선 후 이명박 후보 상임특별보좌역을 맡았다. 송천영 전 의원은 96년 신한국당 공천을 받았으며, 조한천 전 의원은 2008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그 밖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희규, 반형식, 이강희 전 의원도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결국 이날 영입한 인사들 중 정작 야권 정통성의 맥을 잇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캠프는 지난 11일 선대위를 구성하면서 과거 인혁당, 미문화원방화사건 등의 전력을 둔 인사들을 영입하며 ‘통합선대위’를 주장했지만, 이들 상당수가 뉴라이트 출신임이 드러났다. ‘전태일의 친구’라던 김준용 전 전국노동자협의회 사무차장은 전태일 열사와 아무 친분도 없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였다.

진성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호남지역 민주당 전의원출신 20명의 집단적 ‘새누리당 입당 및 박근혜 후보지지 기자회견’을 보며 모든 국민은 정치가 10년 전으로 후퇴함을 느끼며 개탄해 하고 있다”며 “그들이 민주화의 원로임을 포기하고 변절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대변인은 “국민들은 10년 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날아 간 철새정치인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박근혜 후보 식 정치쇄신이 ‘철새도래지’를 양성하는 과거의 한나라당 정치로 회귀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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