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판 돈으로 부산·경남 지역에 ‘선심성 지원’을 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MBC는 이 같은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 논란이 제기된다.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김재철 MBC 사장이 ‘민영화’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박 “노 NLL 발언, 관련된 사람이 밝혀야” / 문 “사실이면 내가 책임, 아니면 박 책임”>
동아일보 <야권후보 단일화 정국 ‘게임이론’으로 풀어보면>
서울신문 <삼성·LG ‘40년 전쟁’ 현장 넘어 법정 결투>
세계일보 <불황의 어둠을 먹고 크는 광기 극우>
조선일보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매각>
중앙일보 <누가 당선되든 세금 더 낸다>
한겨레 <최필립의 비밀회동>
한국일보 <정수장학회, MBC지분 매각 추진>
 
정수장학회·MBC ‘비밀 회동’…대선 전 ‘선거운동’ 나섰나

 
한겨레는 1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정수장학회가 <문화방송>(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정수장학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및 노인층, 난치병 환자 등을 위한 대규모 복지사업을 계획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구상도 드러났다. 
 
한겨레는 1면에서 “정수장학회가 대선 직전 공론화 절차 없이 보유 자산 매각 및 이를 통한 특정 지역 대상 ‘선심성’ 후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강탈’된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해왔다.
 
이 같은 소식은 12일 한겨레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인터넷판에 13일자에 실릴 기사를 먼저 게재했다. 13일자 신문들 중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받아서 전했고, 나머지 신문들은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MBC 관계자의 말을 빌어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은 ‘선거 운동’ 기획 의혹이다. 정수장학회가 주식을 판 돈으로 ‘선심성 지원’을 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MBC 이진숙 본부장과의 대화에서 “(10월19일 발표에는)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 매각 대금으로)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부산일보 매각 대금에 대해선 “그 돈은 부산·경남지역 노인정이나 난치병 환자 치료시설에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김재철, 민영화로 위기 돌파?
 
MBC 민영화 논란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3면에서 “문화방송 상장 추진 계획도 정치권과 언론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 사장은 그동안 민영화 추진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공론화 절차를 강조하며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김 사장이 외부에 밝힌 공식 입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문화방송 상장 등 민영화 작업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시켜왔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회사 안팎으로 사퇴 압력에 시달려온 김 사장은 민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MBC는 올 초부터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이진숙 본부장과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이 민영화를 검토해왔다.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필립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브리핑 받은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 계획을 다 듣고 나서 나는 ‘알았다. 잘 들었다’고만 했다”며 “MBC의 민영화는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며 “내가 MBC를 팔고, 부산일보를 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필립, “누가 날 함정에 집어넣는 것”
 
최 이사장은 또 이 같은 ‘비밀 회동’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데 대해 “난데없는 일이 터졌다. 억울하고 원통해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녹취록이 나왔다면 MBC에서 유출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누가 날 함정에 집어넣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누군가 ‘짜고’ “공작정치”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MBC는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MBC의 한 관계자는 “도청이 아닐 수 없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MBC는 수시로 협의하는 관계이며 당시 모임은 MBC 주식처분 방안을 단순히 논의한 자리였다”며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여권 대선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짜맞추기 식으로 보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물타기’ 신공…의혹 털고 간다고?

 
조선일보는 5면에서 <朴 영향력 논란 정수장학회, 대선전 불씨 끄나>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한 동아일보나 여타 신문들에 비해 조선일보는 논란을 정면으로 다뤘다. ‘털고 간다’는 차원에서다. 이 신문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이번 사건을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려는 의도’ 쯤으로 평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 이사장이 부산일보 주식을 매각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과 노인층,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복지 사업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 김지태씨가 부산지역의 대표적 기업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곳보다는 두 지역으로 환원시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또 MBC 민영화 구상에 대해서도 “MBC 민영화는 임기 말을 맞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논의’였다는 논조다. 한겨레가 3면에서 “정수장학회의 현 이사진이 보유자산 매각을 결정할 권한 및 자격을 지니고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한겨레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모든 시민사회가 현재의 정수장학회를 ‘장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학회가 보유 자산을 매각한다면 이는 장물 처분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민사회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후보의 측근인 최필립 이사장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 후보는 “재단이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겨레에 “유족들이 장물을 돌려달라는 상황에서, ‘장물아비’가 이를 매각하겠다는 건 대단히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물타기’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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