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안철수 논문 표절 맞다” 노조 “책임자 사퇴”
MBC 기자 “안철수 논문 표절 맞다” 노조 “책임자 사퇴”
“MBC 선거도구로 악용” 혹평에 현원섭 기자 “논문 동일한 문장 10개 나와”

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MBC 내부에서도 "MBC를 선거도구로 악용했다"며 보도책임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표절의혹을 제기한 MBC 제작진과 취재기자는 반론권 보장이 다소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안 후보 논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표절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은 4일 성명을 내어 MBC의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 보도에 대해 "추석 연휴에 맞춰 박사논문 표절의혹을 터트림으로써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자는 의도가 과도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표절의혹이 사실이건 아니건 관심이 없다. 그저 계속된 의혹 폭로로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만 나쁘게 만들면 된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하려면 그 이상의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수 전문가를 상대로 확인을 구한 뒤 전문가의 의견을 기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혀 객관성이 결여된 보도로 규정했다.

MBC 노조는 관련 보도에 전문가의 소견이 전혀 없이 "취재기자가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서 논문의 문장 몇 개를 비교하며 표절의혹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며 특히 MBC 측이 반론을 조작했다고도 비난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안 후보 측에 대해 해명을 듣는 반론취재는 뉴스 시작 2시간 전 기사를 쓴 현원섭 기자가 아닌 다른 취재기자가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안철수 후보 측은 MBC의 취재에 응해 부랴부랴 반론을 내놓았다.

MBC 노조는 "안철수 후보 측에서 답변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한 검토도 전혀 없었다"며 "안 후보 측의 답변이 맞는지 틀리는지 전문가의 의견이 또 한 번 필요한 대목이었지만, 의학 비전공자인 김장겸 정치부장과 김대경 차장, 현원섭 기자 등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간단히 무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이어 "미리 준비해놓은 가공의 답변,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는 거짓 반론을 방송했다"고 전했다.

결국 안 후보의 논문 의혹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된 보도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 MBC 노조의 판단이다.

MBC 노조는 특히 김장겸 정치부장에 대해 "170일 파업을 야기한 장본인이지만 편파보도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재철 체제 하에서 정치부장만 벌써 2년 가까이 하고 있다"며 "그 사이 MBC의 명예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4일 "반론권에 대한 보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1일 저녁 6시 40분경 (안 후보 측에)반론 취재를 통보했다고 전해 들었다. 하루 이틀 전 의혹의 내용을 통보하고 반론을 받아 면밀히 검토했다면 충실히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특별히 급하게 내야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방송을 내보냈다. 결과적으로 반론권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취재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BC는 반론권 보장에 소홀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안 후보 논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표절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황용구 MBC 보도국장은 보도 경위에 대해 "정치부에서 판단해서 상식에 따라 취재를 했고 통화에서 반론을 듣고 보도를 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 국장은 "모든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 자체에 대해서는 얘기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취재라는 것은 취재가 되면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국장은 지난 2일 보도에 대해 "후속 보도를 했다. 해명을 요구했는데 하지 않아 안철수 후보 측이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한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사를 쓴 현원섭 MBC 정치부 기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객관성과 반론권을 확보해 방송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추석 연휴 전부터 취재해온 관련 내용을 1일 오후 데스크에 보고했고 방송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보도를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안 후보 측 반론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런 보도에 대해서 반론 보도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정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 기자는 전문적인 분석이 없어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료를 분석한 취재원의 신분 보호 요청이 있었다.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문과와 이과로 구성된 분석이었고 보도 내용 하나하나가 전체적으로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원 보호 요청이 있었을지라도 기사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 익명을 전제로 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실을 수도 있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 기자는 "기법상 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는 반론을 한 적이 없는데 거짓 반론을 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 기자는 "정확한 워딩은 아닐지 몰라도 야당 반장과 후배한테 반론을 부탁해서 그런 취지의 내용을 들어 반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 기자는 특히 볼츠만 곡선 인용 문제와 관련해 안 후보 측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이석호 주임교수의 견해를 빌려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 것에 대해서도 "인용 없이 쓸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라 볼츠만 곡선을 유도해가는 과정이 열 문장 가까이 거의 동일하게 나오고 거기에 대한 유사성에 대해 표절 의혹이 있다고 지적을 한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안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지난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실제로 우리가 동일하게 베껴 쓴 대목이 있는지 봤더니 일치하는 부분 자체가 거의 없다. 똑같은 문장이 있다던지, 그런 게 있는 줄 알았더니 완전히 다른 말로 써놨다. 그런데도 비슷하다고 주장하려면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현 기자는 안 후보 뿐 아니라 논문 표절 대상인 서울대 서인석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한 전문가는 두 분 모두 외국의 사이트를 번역하지 않았을까 의견을 제시한 것도 있었다"며 새로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현 기자는 "자연과학계에서 용인될지 몰라도 대통령이 될 사람인데 자연과학계의 관행을 국민들도 용인해야 하느냐"면서 "답변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안 후보 측이) 충분히 반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현 기자의 주장에 대해 “2일 반박 기자회견에서 두 논문을 겹쳐 비교하면서까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제시했다”며 “같은 내용이 없었고 분석방법은 같을 수 있지만 연구하는 내용이 달랐고, 결론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일 안철수 후보 측 금태섭 상황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두 논문을 겹쳐서 놓고 서로 같은 부분을 찾아봤는데 '항정상태 비활성화' '항정상태를 얻기 위해 더블 프로토콜을 사용했다' '단위' '크기는' '전류' 이런 식으로 (부분적으로만 겹칠 뿐)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거나 거의 옮겨쓰다시피 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