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MBC 보도와 관련해 같은 공중파 방송인 KBS와 SBS가 이틀째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절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방송·언론사의 후보검증 기준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가 안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것은 지난 1일 저녁 <뉴스데스크>였다. MBC의 보도 이후 곧바로 안 후보 측의 반박과 비판이 제기되자 MBC는 이튿날인 2일에도 ‘볼츠만 곡선 유도식’에 대괄호가 빠진 대목조차 동일하다며 잇달아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같은 지상파(공중파) 방송인 KBS와 SBS는 2일 뿐 아니라 3일 저녁 메인뉴스에서도 안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 자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KBS의 경우 한 달 정도 전부터 해당 논문의 표절의혹에 대해 이미 취재가 됐으나 팩트라 확신하기 어려워 보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대선후보검증단이라는 별도의 대규모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KBS의 김귀수 대선후보검증단 기자는 4일 “후보검증 보도의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관련해 이미 (MBC 보도하기) 한참 전(한 달 전)에 취재됐던 부분이었는데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대선후보검증의 기준에 대해 “대선후보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련해 확실한 게 아닐 경우, 특히 검증의 내용이 보도하게 되면 의혹을 생산하는 의미가 아니라 의혹이 팩트(사실)이냐 아니냐를 먼저 따져보고 보도여부를 판단한다”며 “이번도 같은 판단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 겸 해설위원장은 “한 매체가 보도했을 뿐이며 이에 대해 취재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이고, 기사화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이라며 “취재해서 기사가 되면 보도하는 것(아니면 안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선거가 끝나지도 않았고, 있었던 논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대선보도준칙에 입각해 보도할 만하면 하고, 취재할 만한 것인지 판단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할 만한 판단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김 단장은 “팩트냐 아니냐를 따져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내보낸 뉴스로 판단해달라. 우리는 뉴스로 말한다”며 “모든 사안을 취재하지만, 보도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동안 안 후보 논문표절을 보도하지 않은 SBS의 보도국 간부는 4일 “취재기자들이 취재해보니 표절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 판단을 존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표절 의혹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당하는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을 한 근거에 대해 이 간부는 “여러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보니 최소 60% 이상은 표절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야 하는데, 표절로 볼 수 없다는 분들이 더 많았다”며 “권위있는 분이나 공당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한다면 모르지만, 취재기자도 자신을 못하는 상태에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초 의혹제기를 했던 MBC와 SBS 취재진의) 취재원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취재원을 확인한 MBC 보도를 존중한다”며 “우리 취재로는 MBC 정도까지 나갈 수 있는 답을 못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는 지난 1일 <뉴스데스크>에서 안철수 후보가 지난 1990년 서울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과 2년 앞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서아무개 교수의 박사 논문을 비교한 결과, 안 후보가 인용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채 서 교수 박사논문의 20페이지를 거의 옮겨쓰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2일에도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안 후보 논문에 나오는 공식의 오류도 표절대상으로 제기된 논문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여전하며 안 후보가 참여한 서울대 연구팀이 후배 논문을 재활용해 연구비를 타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구원으로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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