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거세한 환관들이 양반들보다 14년 이상 더 오래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가 되면서 중년 이후 남성 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다.

그러나 해외 학계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비춰볼 때 환관 연구만으로 남성 호르몬이 수명 연장을 억제한다고 단정 짓기 어려워 좀더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진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교수와 이철구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지난 25일 조선시대 환관족보인 ‘양세계보’ 등을 이용, 남성 호르몬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저널 ‘최신 생물학’에 실렸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진이 역사적 자료를 활용, 환관(거세된 채 궁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같은 시기의 양반보다 장수했다는 사실을 밝힌 뒤 남성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는 결론을 제시해 국내외 학계와 언론 등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이 양세계보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환관들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같은 시기의 양반들이 51~56세를 살았던 것과 비교할 때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인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 이상을 살았다.

연구팀의 한 교수는 이에 대해 “향후 중년 이후 남성 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국내 언론들은 향후 항노화제 개발이나 남성의 수명 연장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BBC, ABC 등 해외 언론은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한국 팀의 연구결과가 대단히 설득력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면서 과거 유사 연구 사례 등을 소개했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의 데이비드 클란시 교수는 장수에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환관들의 생활 스타일인 일상 습관이라는 요인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한국 연구팀의 자료에서 나온 바와 같이 환관들은 독특한 생활 스타일을 대를 이어 전승하고 있어 양반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BBC 28일>.

클란시 교수는 생활양식이 유사한 그룹에 대한 장수 연구로 거세한 가수와 그렇지 않은 가수의 경우를 들었다. 환관의 경우 양반과 생활양식이 큰 차이가 있겠지만 거세한 가수와 그렇지 않은 가수는 차이가 없었고 두 그룹 모두 평균 수명은 65세로 차이가 없었다.

거세한 남성 가수는 목소리가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에서 거세 가수로 키우기 위해 소년시절에 거세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19세기 말부터 법으로 금지되었다.

미국 일로노이스 대학의 제이 올샨스키 교수도 ‘한국 팀의 연구는 환관과 양반들의 생활양식, 즉 음식, 운동,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등은 다루지 않은 한계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남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제거하는 거세에 대한 동물 연구에서는 거세가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는 여러 연구가 다양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어 아직 단정 짓기 어려운 단계다.

100세가 넘는 노인 가운데 여성이 남성의 10배가 넘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호르몬, 유전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작용이 아니냐 하는 추정이 제시되고 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수명을 연장한다는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려우며 노인들이 일부 호르몬을 젊은 시절 수준으로 복용하면 수명이 연장된다고 주장하는 제약회사의 약품들도 근거가 박약하다. 미국 국립건강연구소는 테스토스테론이 정상보다 적은 노약자에게 이를 보충하는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거세와 같은 효과를 내는 현대적 방식으로 거론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감소 요법 경우 성욕 감퇴와 같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학자들은 장수를 원할 경우 유전적 요인, 즉 부모가 장수했는지의 여부가 우선 중요하고 다음으로 금연,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식사를 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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