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5'가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 포브스(Fobes)지가 ‘당신이 아이폰5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선정해 눈길을 끈다.”
 
14일 오후 헤럴드경제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의 첫 문장이다. 이 신문은 이어 “포브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아이폰5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만큼 실망감이 컸다’며 제품을 구매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고 전했다. 12일(현지시각) 공개된 아이폰5에 대해 외신들도 혹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5 사지 말아야 할 이유?’…웃기시네!
 
이 신문은 “가장 큰 비판은 더 이상 아이폰의 혁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내 소비자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지 또한 ‘얇고 더 커진 스크린만으로 혁신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회의감을 나타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14일자 B4면에서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예 ‘아이폰5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도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위 기사에서 인용된 포브스 기사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지금까지의 내 충고와는 달리, 나는 아마도 새로운 아이폰(아이폰5)을 살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 아이폰5는 미치도록 근사할 것이다.” (“So for all my advice to the contrary, I may very well go for that new iPhone after all. After all, it’s going to be insanely great, right?”)
 
“이전 아이폰(아이폰4S)도 여전히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4S는 여전히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아이폰이고, 또 시판 중인 스마트폰 중 최고”이므로 굳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거나 비싼 요금제(service plan)에 가입하면서 아이폰5를 살 이유는 없다. 미국 통신사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있는 것도 “두 번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아이폰5를 살 이유도 많다. 기사를 쓴 로버트 호프는 “이런 충고를 무시할 이유도 충분하다”며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LTE 기능을 언급했다. 또 그는 “나는 아이폰5를 포함한 아이폰 ‘시리즈들(iPhones)’이 대체로 라이벌들에 앞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애플의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매력적으로 엮어내는 애플만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목은 한국 언론의 기사에서 쏙 빠졌다. 
 
도 넘은 애플 ‘때리기’, 왜?
 
14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혁신’은 없었다며 아이폰5를 깎아내렸다. 조선일보는 B1면에서 “스티브 잡스 없는 아이폰은 ‘창조와 혁신’ 대신 ‘진화’를 선택했다”고 보도했고, 한국경제는 2면에서 “‘무덤에 있는 잡스가 통곡할 것’이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아주경제는 5면에서 <혁신 아이콘서 조롱거리로…삼성은 LTE 특허소송 내비쳐>라는 제목을 달았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부정적인 뉘앙스의 제목들이 지면을 가득 수놓았다.

   
 
 
 
아이폰5에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아이폰5를 ‘폄하’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이 ‘혁명적인 발전’에서 훨씬 더 단조로운 ‘점진적인 개선’의 시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이나 무수한 앱, 길 찾기 기능을 갖춘 모바일 지도, 생동감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처음 소개되던 때의 ‘충격’에 비하면, 스마트폰에 더 이상 그와 같은 ‘혁명’은 없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호의적인 평가도 많다. 가디언에 따르면, 통신 전문가인 에른스트 도쿠는 “아이폰5는 애플이 삼성 갤럭시S3에 뒤지지 않게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고, 시장조사업체 ‘Usurv’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 중 44%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아이폰5를 구입할 의향을 나타냈다. IT매체 ‘테크피니언(Techpinopns)’의 존 컥은 “애플에게 중요한 건 기능의 ‘양(quantity)’이 아니라, (기능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험의 ‘질(quality)’”이라며 “소위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지만, 이용자들은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언론들의 아이폰 ‘때리기’가 향하는 지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국민일보는 1면에서 “이에 따라 삼성의 갤럭시S3, 갤럭시노트2의 판매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전했고, 디지털타임스는 1면에서 “삼성전자와의 LTE 스마트폰 승부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3면에 실린 표에서 ‘삼성·애플’의 구도를 전개했고, 머니투데이는 2면에서 ‘대세는 (갤럭시노트의) 펜’이라며 노골적으로 삼성 편을 들었다. 디지털타임스는 5면에서 <아이폰5에 실망했다면 ‘옵티머스G?’>라는 홍보성 기사를 내기도 했다. 낯 뜨거울 정도다.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다룬 기사들도 비슷했다. 한국 언론들은 “일각에서는 아이폰이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한국경제)”거나 “한국인의 특성상 DMB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경향신문)”이라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대신 “T옴니아2는 지난 10월말 출시된 최신 제품으로 하드웨어 기능 면에서 아이폰을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아시아경제)”는 식으로 삼성을 띄우는 기사가 넘쳐났다. 

(관련기사: <한국 신문들, 옴니아 일병 구하기 총력전>, <아이폰은 '까고' 갤럭시S는 '띄우고'>)    

   
 
 
 
17일자 신문들은 아이폰5가 ‘VoLTE’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아이폰5’ 사봤자 별로 좋을 것 없는 그 이유>(아시아경제) 같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이폰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가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잣대가 삼성이나 LG 앞에서는 자취를 감춘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균형성과 객관성마저 갖추지 못한 ‘아이폰 때리기’ 기사는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언론의 위기’가 왜 수년째 회자되고 있는지, 언론만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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