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독립 지역지상파방송사인 OBS가 개국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OBS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로 SBS 자회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SBS미디어렙)를 배정했기 때문이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번 방통위 결정에 대해 “OBS 고사를 유도하는 정책 아닌가 싶다”며 “이미 방송 권역이 중복되고 미래 경쟁사가 될 수 있는 OBS의 광고를 SBS가 적극적으로 판매해줄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올해부터 미디어렙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최근까지 OBS의 광고는 한국방송진흥공사(코바코·공영미디어렙)와 SBS미디어렙이 7대 3의 비율로 병행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OBS 광고 판매실적은 코바코가 59억1000만원(93.4%), SBS미디어렙이 4억1700만원(6.6%)이었다. 병행 판매 비율로 치면 SBS미디어렙이 판매하는 광고액이 30%가 돼야 하는데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SBS의 견제는 2007년 OBS 개국 당시부터 일어났다. OBS는 2007년 4월 방송위원회의 허가추천을 받고도 그해 11월이 돼서야 정보통신부의 허가를 받았다. 서울 전파 월경을 우려한 SBS가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방송위가 사업자 공모 당시 내세웠던 서울 전역 역외재송신도 개국 3년 7개월 만에 승인받았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서 “서울 지역 역외재송신 지연은 시청자 확보와 이에 따른 광고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고 OBS의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면서 누적적자를 만들어낸 주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역외재송신 시장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OBS의 광고매출액은 서울지역 케이블 TV 재송신만으로 51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OBS가 밝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소 필요한 광고매출 규모도 482억 원이다. 그러나 이번에 방통위가 의결한 결합판매 지원규모는 253억원에 불과하다.

방통위의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4개 지상파 방송사업자 중 적자를 기록한 것은 OBS가 유일하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100% 자체편성과 50% 자체제작에 기인한다. OBS는 교양 프로그램 비중(51.7%)과 자체제작물 비중(48.4%)이 지역민방 중 가장 높다. 지역 MBC의 경우 자체제작물과 외주제작물 방송시간은 전체 방송시간의 16.7%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OBS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현재 OBS에는 2008년 5월부터 2년 동안 방송된 <시사 인사이드>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없다. <시사 인사이드>는 방영 당시 ‘광명시 재건축 비리 의혹’, ‘수상한 청소회사 뒷짐 진 수원시청’, ‘벙커에 빠진 골프도시 안성’, ‘송도 국제학교 신 귀족학교인가’, ‘강화조력발전 희망인가? 재앙인가?’와 같은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기륭전자 GM대우 쌍용차 사태 콜트·콜텍 정리해고와 같은 묻히기 쉬운 노동의제를 여론화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지방자치 보고서 시리즈’로 시장과 지방의회·지역언론을 집중조명해 주목받았다. 현재 OBS의 시사프로그램은 심야 토론 프로그램인 <생방송 고성국의 토론합시다>가 거의 유일하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예전에는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의제를 발굴했으나 재정이나 광고 수주 등의 문제로 탐사보도가 없어졌다”며 “인력충원이 안 되다보니 지역성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OBS 내부에서도 콘텐츠 강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김력균 OBS PD는 “OBS가 방송사로서 시청자들에게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때 결국 미디어렙 여부를 떠나 생존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이슈를 개발하고 뉴스를 특화하는 등 언론의 본질인 여론을 취합하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국의 인력 부족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성수 OBS 기자협회장은 지난달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 주최 토론회에서 “초기 3년간 뉴스의 형식적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언론 본연의 비판적 기능과 지역언론으로서의 경인지역 의제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최소한의 수익구조 마련으로 경영진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위기 담론이 객관적으로 무력화되고, 노조 차원에서 공정방송위원회를 가동하고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중간평가제 등을 통해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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