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패퇴, 더 이상은 안 된다.

2012년 오늘의 한국사회를 읽는 내 주관은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박근혜를 패배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땅에 민주주의 기초를 새로 다지는 그 '시작'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게 된다고 본다. 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평생을 고투(苦鬪)한 장준하 선생은 해방된 나라에서 암살(暗殺)당했다. 장 선생의 묘소를 옮기면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의문의 죽음, 그 실상이 오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핍박한 군사반란독재자 박정희 망령(妄靈)을 12월 대선에서 확실하게 떨쳐내는 것이 민주시민들의 결연한 의지여야 한다. 과거의 죄과를 반성 않고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독재자의 망령이 한국사회를 계속 어지럽히는 반역사가 되풀이되는 어리석음은 이제 끊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어림잡아 40% 가까운 인구는 여전히 박정희 망령에 붙잡혀 있다. 따라서 12.19 대선은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가 퇴각한 헤어날 수 없는 어려운 상태인 국가나락(奈落)으로 빠져드느냐 하는 경각(頃刻)에 있다. 40%에 육박하는 박근혜 미신(迷信)으로부터 여하히 사태를 분별하여 바른 선거결과로 이끄는가가 앞으로 99일간 남은 한국사회의 직면한 숙제다.

먼저, 문재인의 리더십은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해야 한다.

지난 대선은 민주당 후보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많은 유권자들이 아예 기권을 했다. 63%의 투표율에 이명박 득표율은 48.7%였다. 당시 이명박의 승리는 야당 후보에 대해서는 압도적이었지만 투표 기권자까지 고려할 경우 이명박의 득표율은 유권자 전체의 30%, 즉 유권자 10명 중 7명이 이명박에 반대하거나 지지를 유보했다. 이같은 투표기권상황은 국민들 입장에선 불행한 현상이다.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지난 4.11 총선은 제1야당 민주당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결과였다. 야당의 총선패배는 2013년 이후의 국가체제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만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자기정체성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어쨌든 지금 치루고 있는 민주당의 후보 경선 결과는 '안철수 현상'을 외면하고는 성립이 어렵다. 민주당이 작금의 ‘안철수 현상’까지 애써서 외면한다면 민주당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이다.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에 필요한 건 제 1야당으로 지난 대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지난 대선실패를 교훈삼아 정확하고 책임 있는 야당으로 행동해야 한다. 여기에 문재인의 리더십으로 그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안철수의 생각’과 입장, 그리고 국가현실은?

안철수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통해 당면한 한국의 사회현실을 개선하는 요체와 지향으로 '복지·정의·평화'라는 3대 의제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는 정작 미지수다. 역설적으로 정당도 정치경험도 전무하고 비정치적인 인물이기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에서 그의 지지가 몰려있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전략과 리더십이 요청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인 자산은 무엇으로 획득할 수 있는지 주목하게 된다.

이미 아는 얘기지만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이란 기업CEO 차원과는 다르며 세계를 조망하는 안목과 국가비전과 철학, 국가정책을 주도면밀하게 실천 실현시킬 수 있는가하는 능력으로 집약된다. 나아가 나 개인적으론 ‘문화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그가 가지고 있는가도 큰 관심거리다. 더군다나 차기대통령은 누가 당선돼도 험난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이명박 정권으로 인한 국가 발전의 총체적인 후퇴와 지체(遲滯), 파탄(破綻)의 황폐지경에서 언론의 정상화를 비롯한 정부 각 기구와 기관을 정리 정돈하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역시 중대한 고비에 맞닥뜨려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좀비국가’로 완전히 추락하느냐, 아니면? 그나마 이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시동’이라도 걸 수 있겠느냐 하는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정권이 바로 차기 정권이다. 그래서 황당한 미래를 말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양심적인 인물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선진국 따라잡기형(catch-up) 종속상태를 벗어나 창조적 국가혁신을 위한 국가정책 추진체제의 설계를 차기정권 수립 이전부터 박차를 가해 리드할 수 있는 리더십의 유무는 그 어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너무나 중요한 국가적 현실과제가 됐다.  

안철수, 문재인, 공통으로 요구되는 이후 과제는

작금의 중요한 국가적 과제와 과제의 우선순위, 그리고 그 과제를 같이 이행해 나갈 리드집단의 구성 등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당면한 기초사항이다.

문재인 후보 쪽에서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재벌과 관료들의 함정에 빠져서 개혁에 실패한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의 참모들은 제대로 정확하게 선택되어야하며 가히 충격적일 만큼의 민주당의 인적쇄신을 문재인은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안철수 역시 대선출마 선언이후, 과연 어떻게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세력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인가와 그 이전과 그 이후 그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엄정(嚴正)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안철수가 믿고 신뢰하는, 시대정신을 함유한 참모조직 구성은 시급하게 요청되며 당장 그에게 주어진 현안이다.

당장 출마선언 이후 민주당과 안철수와의 관계는? 야권 단일후보의 확정 단계에서 대안은? 결국은 민주당이나 안철수 양자 모두 ‘국가체제 구하기’의 절체절명의 당위를 ‘운명’으로 받아들여 자기희생과 양보를 각오하는 미덕과 비상한 결단이 요구된다.   

‘안철수 현상’을 5년 전 ‘문국현 등장’ 에서 비추어 본다면 

특히 안철수의 판단과 선택에서 그 중요한 전제는 그의 참모들, 즉 인적구성 곧 ‘사람’이다. 여기에 오늘의 ‘안철수 현상’과 비교되는 5년 전 ‘문국현 현상’을 반추(反芻)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견해로는 문국현의 대선과정은 곧 인적구성의 실패가 대선과정의 패배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사람을 보는 안목’에서 문국현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문국현이 대통령이 되지못한 것은 애초에 차치하고서라도 5년 전 당시 민주당과 시민사회세력 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단일화 압박을 받았지만 문국현은 시민사회가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당시 야권을 어렵게 만들고, 이후 본인도 곤경에 처했음이 이를 반증한다.

5년이 지나고 대선 99여일을 앞둔 지금 안철수의 입장 역시 그의 인적구성은 그를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로 저울질한다. 안철수의 상황판단은 정의롭고 슬기로울 수 있을까? 그의 참모진은 양심적이며 국가에 헌신적인 인물들이며 유능한가?  

정당출신이 아닌 제3의 대선후보로 5년 전 기업CEO 출신 문국현은 역시 기업CEO출신이자 현직 대학교수인 ‘안철수 현상’과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 '비정치적‘ ’비정당적 기반‘이란 두 인물의 공통점은 잠시 접어두고 ’문국현‘과 ’안철수‘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문국현의 과거 대선과정 실패요인이 무엇인가를 좀 더 유념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딱 5년 전 “사람중심의 진짜경제”를 문국현이 들고 나왔을 때 한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인간, 즉 사람을 중심으로 경제를 말하고 사회발전을 말했다는 사실에서 그 당시 문국현의 시대정신은 어떤 기존의 정치인 누구보다도 탁월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의 대선과정 실패가 오늘 한국정치 현실에서는 반면교사일 수 있다. 특히 이제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지난 5년 전의 ‘문국현 현상’에 비추어 현실 정치를 읽고 보는 ‘눈’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다.

나는 문국현 전 의원의 5년 전 솔직한 심정을 듣기위해 그를 만났다. 그가 경험한 대선과정의 실패를 온전하게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정치 현실의 단면을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8월 13일 문국현 전의원을 그의 목동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이명박의 ‘가짜경제’를 막아야 한다는 소명으로 나는 대선에 출마했었다”

김상수 - 딱 5년 전 8월 23일에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문국현 - 그렇다. 5년이 지나갔다. 사회, 경제, 문화, 현실정치상황에서 5년 전과 비교하면 역진 후진의 시간이 지난 5년이었다. 경제적으로 보면 5년, 문화 정치적으로 보면 15년을 후퇴한 한국사회현실이다. 참담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은 김대중 때 보다 최고 2배 늘어

김상수 - 17대 대선 당시와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늘 한국사회 현실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문국현 - 자살, 양극화 등, 사회고통지수는 지난 15년 동안의 고통보다 4.5배가 늘었다는 통계를 봤다.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 이래 가장 낮았던 자살률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현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란 전혀 실효성이 없음이 이를 통해 증명한다. 결혼기피 현상과 출산율 저하는 우리사회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국가경제규모도 5년 전 1조 달러 수준이었는데 오늘에 와서 겨우 1조 1천억 달러수준이다. 그런데 삼성 현대는 2배 이상 커졌다. 전형적인 양극화다. 파이의 크기는 같은데 재벌들은 2배 이상 성장했고, 서민과 중산층은 반대로 쪼그라들었다. 이건 무슨 경제정책이 있고 없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재벌 위주의 환율정책도 큰 문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생산비를 과거보다 50%이상을 지출하고도 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국가경제는 너무 많이 훼손됐다.   
 
시민들이 분노해야 할 때

김상수 - “사람중심 경제와 사회”라는 2007년 당시 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은 오늘에 와서도 여전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경제성장과 개발이 최우선이란 성장신화에 브레이크를 걸고자 했던 그 시대정신은 지금도 살아있다고 본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성장과 개발 우선의 부작용은 너무 심각하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22명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서도 강제철거로 생명을 빼앗겼다.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이 넘었고, 시민 일반의 생활은 불안에 시달린다. 정말 무엇이 우리 국가사회 공동체를 마구 훼손하고 더럽히고 있는가를 정면에서 직시해야 할 때다. 사람들이, 시민들이, 분노해야 할 때다.    

문국현 - 이명박의 실정에서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이것은 환경적 생태적 재앙이다. 반시대적 토건사업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경제기조는 재벌중심 토건중심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새로운 사회의 창조적인 동력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사람 중심 진짜경제’의 내 주장은 옳았다고 본다.
 
김상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선임연구위원이 22일 '보건복지포럼' 최신호(7월호)에 게재한 'MB정부의 사회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김대중 정부 1년차인 1998년 10만 명 당 9.58명에 달했지만 꾸준히 감소해 2001년 5.71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6.17~9.2명 사이를 오갔지만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인 2008년 9.4명으로 다시 늘었고, 2010년 10.92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특히 노인층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9년만 해도 60세 이상 노인 10만 명 당 자살률은 31명이었는데 노무현 정부 1년차인 2003년 60.7명으로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 1년차에도 61.38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집권 3년차인 2010년에 사상 최대치인 69.27명을 기록, 70명에 이르렀다.

문국현 -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직접적인 파급을 당하는 사람들이 소득 없는 노인계층이다. 생계도 막막하지만 정서적 심리적인 불안정은 더 높아진다.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노인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정권의 경제정책이 무용하단 의미다. 

이명박 정권의 실패는 이미 내다 봤다.

김상수 - 5년 전 ‘눈뜬 이’들은 오늘 이런 상황을 이미 다 내다봤다. 그래서 지지율이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문국현의 “인간중심의 사회”, “사람중심의 진짜경제”에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명박이 대세인 당시 현실에서 어디에서 무슨 돌파구라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들로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도 문국현 캠프에 무슨 위원장자리로 뛰어들었다가 한 3개월, 중도에 그만두고 미루던 해외일정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 당시 나는 문 후보와는 소통이 너무 어려웠다.

당시 문 후보는 여론조사 전문가 등, 정치기술자를 자처했지만, 내 눈엔 ‘정치부랑아’들로 비치는 사람들에게 꼭 포위된 형국이었다. 내가 당시 명색이 무슨 위원장이었는데 문 후보에게 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불과 몇 십 명 캠프 내 인원들과도 문 후보는 소통이 어려운데, 어떻게 국민대중 들과 소통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당시에 나는 문 후보에게서 소통능력에서부터 근본적인 회의가 일었다.

문국현 - 당시에 나는 너무 준비가 촉박했고 또 부족했다.

김상수 - 내 기억으로는 2007년 11월 28일 mbn에서 발표한 대선후보 캐치프레이즈와 공약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당시 문국현 후보가 연달아 1위를 기록했다. mbn 은 해당 후보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주요 후보들의 캐치프레이즈와 공약에 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캐치프레이즈의 경우 문국현 후보의 ‘믿을 수 있는 경제대통령’이 전체 선호도 중 33%를 차지, 1위를 기록했다. 이명박 후보의 ‘국민 성공시대’는 7.3%에 머물렀다. 가장 마음에 드는 핵심 공약에서도 문국현 후보의 ‘500만개 일자리 창출’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500만개 일자리 창출’공약은 59.5%의 압도적 선호를 기록했다. 반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공약은 최하위인 6.8%를 기록했다.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공약은 많은 국민들이 당시에 외면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문국현 - 이명박 후보가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국민들은 찍었다.

김상수 - 5년 전 대선후보로 나섰던 건,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는가? 또는 그런 믿음을 스스로 가졌는가? 

문국현 - 나는 당시에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든 ‘가짜경제인’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단 생각을 했다. 절박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 박원순씨도 서울대총장 정운찬씨도 내가 찾아가서 만났고, 대선에 나가달라고 나는 그들을 설득했다. 대선에 나가면 나도 앞장서서 돕겠다고 했다.

김상수 - 그랬더니?

문국현 - 안 나가고 못 나가겠다고 하더라. 막막했다. 하는 수없이 나 자신이라도 나서서 어떻게든 이명박의 ‘가짜경제’를 막아야 한다는 소명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대선에 출마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국현의 실패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상수 - 당시 17대 대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겠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한 근거와 이유는 결정적으로 무엇 때문인가?

문국현 - 나는 당시에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를 미리 내다보고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가치와 공공성, 공익성을 내건 싸움이었고, 전 세계적인 시대변화나 조류를 읽고 있던 나는, 그냥 눈감고 몰라라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난 대선에 내가 출마한 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캠페인적 성격으로도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김상수 - 캠페인적 성격?

문국현 - 그렇다.

김상수 - 너무 몽상적으로 들린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캠페인과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엄연히 다르다. 사회 운동, 즉 캠페인을 하기 위해서 그 많은 수고와 인력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건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사리에 맞지 않고, 사안의 분별에도 무리가 있다. 대통령 선거란 직접적인 권력창출이 목적이다. 당시에 대선 후보로써 상황판단의 실책을 이제 와서 모면하겠단 소리로 들린다.  

문국현 -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나는 기업인으론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화려했다. 회사 주식을 한 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세계적인 미국기업의 아시아권 책임자로 일했다. 나는 내가 대선에 나갔던 것이 국가 사회적으로 경제비용이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박원순씨도 정운찬씨도 선거에 나서길 꺼렸지만, 제3세력으로 나는 당당하게 나가서 싸웠다. 새로운 시대사조와 패러다임을 알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나섰고, 일정 성과도 있었다고 자부한다.

김상수 -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렵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묻는다. 회고하건데 무엇이 결정적으로 취약했는가? 오늘의 시점과 입장에서 5년 전 당시를 둘러볼 때 대선 과정에서부터 실패의 원인은?    

문국현 -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뒤늦게 뛰어들었고 준비에 촉박했다.

김상수 - 그 이유도 컸겠지만 나는 근본 이유를 다르게 본다. 당시 문 후보의 상황판단엔 뚜렷하게 한계가 있었다. 특히 캠프의 인적구성에서 문제가 너무 많았다. 어느 때 부턴가 후보는 건강한 시민세력들을 배제하고, 선거정치꾼들에게 포로가 되면서 여론조사만 신경을 기울이고, 문 후보의 상황판단도 흐려지고, 후보는 이리저리 떠밀려가면서 시간을 허비했단 생각이 든다.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은 캠프 내에서 뒤로 밀려나고, 후보는 여론조사 전문가니 뭐니 하는, 싸구려 정치기술자들에게 의존하면서 사고도 판단도 정지된 것 같았다. 큰 정치적인 흐름을 봤다면 당시 민주당과 통합해서 의회정치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꼭 대선에서 완주를 할 필요는 없었다고 나는 봤다. 더구나 지금에 와서 캠페인적인 취지로 대선에 참여했다고 주장한다면, 더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조그만 선거캠프를 운영하면서 후보를 둘러싼 헤게모니와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것에 나는 당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상식도 양식도 예의도 없었다. 정치를 바꾸자고 후보가 끌어들인 사람들이 도리어 구태의 정치현장 그대로 재연됐고, 후보를 망치고 있다고 나는 보았다. 그 무렵 나는 후보와 소통할 방법도 없었고, 하는 수없이 접었다. 그 무렵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하고 뜻을 접었다.

문국현 - 나는 5년 전 민주당과 연합을 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 아니라고 봤다.
제3의 길을 열고 싶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의 독과점은 국민의 짐이 됐다고 봤고, 지금도 그렇다. 당시 분명한 건 정동영 후보는 진다, 득표율 16%선으로 떨어진다고 나는 봤다. 내가 완주를 결심한 건, 그 당시 유권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김상수 - 안철수 교수가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할는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과연 그가 이번 대선에 후보로 나온다면 결정적인 상황변수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의 인적구성, 그를 보고 몰려드는 ‘사람’, 또는 그가 선택하는 ‘사람’에 대한 그의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의 경우도 인적쇄신을 어떻게 해내느냐가 그의 진로를 결정하고, 심지어 민주통합당 역시 당 인력의 인적쇄신은 이번 선거의 승패까지 결정한다고 본다.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의 적절한 운용 아닌가?  

문국현 - 사람을 판단하는 안목의 중요성은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 사람을 읽어내는 능력이 리더십의 대강(大綱)이란 말에 동의한다.

‘안철수 현상’,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김상수 - 박근혜 지지세는 일정 고정적이지만 완고하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은 상황변수로 작동한다. 안철수 교수가 낸 책 ‘안철수의 생각’은 읽어봤나? 
 
문국현 - 읽었다. 안 교수 책을 보면서 보람 있는 씨앗이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체제에 대한 환멸과 불신을 넘어 기존체제에 대한 폐지를 주문하고 있다고 나는 책에서 봤다. 이번 정권이 기존체제에 대한 부패의 극단이다. 학연, 지연, 종교연까지 총동원된 부패극이었다. 안 교수의 관건은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충돌하는 이해관계들을 잘 조정해 내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김상수 - 최근에 윤여준 전 의원이 경향신문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빗대어 박근혜는 “위민적 비전과 폐쇄된 리더십이 결합한 ‘궁정정치’의 연장, 문재인은 국민들에 의해 무능하고 부패한 것으로 평가받은 세력의 ‘섭정정치’, 안철수에 대해서는 풍부한 경험이나 철저한 준비 없이 메시아적 소명감에 의존하는 ‘신정정치’로는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의 꿈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글을 발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세 후보의 국가비전이 제대로 들리고 보이지 않는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국현 - 안철수 교수는 준비를 많이 한다. 백신을 만들 때도 그랬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다. 이번에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니까 피터 드러커의 MBO 방식(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를 정의하고 설정된 목표에 대한 성과를 비교하며 관리하는 방식-필자 주) 의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실용적이란 의미다. 안 교수는 이 시대를 통합하고 미래를 끌고 갈 사람이라고 나는 본다.

지금 시점에서, 안철수 교수가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은?

김상수 - 선거가 곧 다가온다. 지난 대선에서 입후보자로 뛰었던 경험에 비추어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던진다면, 지금 시점에서 그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문국현 - 먼저 당을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김상수 - 그럼? 민주통합당과 후보 단일화 과정을 통해서 민주통합당의 입후보자가 되든지, 아니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입당하는 식처럼 무당파 시민후보로 나서란 뜻인가?

문국현 -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김상수 - 어떻게?

문국현 - 창조적 방식이어야 한다. 재벌독점의 시대가 종언을 맞아야 하듯이, 지금과 같은 양당체제와 양당의 특혜 보호체제, 지식인들이 양당으로 나뉘어 투입되고 특권화하는 방식도 깨져야 한다. 이번 대선에선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마치 ‘국채보상운동’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 기존정당체제가 흔들릴 것이다.

김상수 - ‘국채보상운동’ 같은 방식? 너무 시간이 없지 않는가? 또 안 교수의 지지층은 민주통합당의 지지층과 겹친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의 어부지리(漁父之利) 아닌가? 창당도 아니고 민주통합당과의 통합도 아니고...비현실적으로 들린다. 박원순 시장도 시정(市政)을 펼치기 위해서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지 않았나? 

문국현 -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다시 나올 수도 있다.
 
김상수 - 정치는 가능태이지만 현실태이다. 어떤 가능성도 현실에서 기반이 되어야 움직여진다. 

문국현 - 지금 안 교수가 꼭 해야할 것은 소통체제를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직접대화를 원한다. 열망을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병목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전국적 포럼을 구성하되 방치하면 안 된다. 폐쇄적 논의 구조에 충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야권 단일화를 거부한 문국현과 단일화가 필수인 안철수와 문재인

나는 문국현과의 대화에서 일정 의견이 달랐다. 나는 안철수의 독자출마는 민주진영의 필패라고 본다. 문국현은 '사람중심의 진짜 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창조한국'(전 창조한국당)을 내세워 독자 노선으로 나갔다. 지지율 5%에서 9%를 차지했던 당시 문국현과 차기 대통령후보로 확실하게 여권에서 자리매김한 새누리당의 박근혜와 막상막하의 지지율 점유를 보이고 있는 오늘의 ‘안철수 현상’과 ‘문재인 현상’은 일단 5년 전 문국현과 비교하면 지지율부터 많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5년 전 이명박이 대세였다면 그 이명박을 꺾기에는 당시 민주당 후보나 문국현으론 무리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박근혜가 유일한 여당 후보로 대세를 말하지만 ‘안철수 현상’이나 ‘문재인 현상’은 박근혜를 위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지지층은 앞서 말했지만 40%에 육박한다. 이런 현실에서 이제 야권 단일화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이는 2013년 국가체제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확정적이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려는 세력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자신들만의 사익을 추구하는 기득권세력과의 일전(一戰)이다. 민주주의 패퇴를 후손들에게 더 이상 되 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과제의 입장에서도 친일 독재 수구 기득권층의 거짓과 해악은 끈질기게 폭로되어야하며 민주시민의 심판과 응징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미래는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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