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대대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MBC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무려 20개 리포트에서 성폭력 문제를 보도했다. 총 38개 리포트에서 절반이 넘는 수치다.

MBC는 관련 보도에서 대부분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MBC는 '오늘의 주요' 뉴스에서 "지난해 하루 평균 6명 꼴로 아동 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면 수심의 잔혹한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뉴스데스크에서 다각도로 점검했다"면서 '기획 아이가 미래다…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사건팀, 법조팀, 국제팀, 국회팀들이 연속 리포트를 내보냈다.

첫번째로 <홀로 보낸 공포의 11시간…고○○은 '악마'였다>라는 리포트에서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행적을 보도한 뒤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를 인터뷰했다. 이어 아동성폭행 사건이 도심 변두리의 서민 밀집지역에서 주로 발생되고 '나홀로 아동'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농촌과 시골에 CCTV 설치가 부족하다는 점, 성범죄자들이 주로 피해아동들과 불과 5분 거리에 살던 이웃집 아저씨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아동 음란물이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유통되고 있다며 음란물 유통 대책도 촉구했다. 특히 MBC는 <'술' 핑계대면 무조건 감형? 음주운전보다 못해> <솜방망이 처벌, 비웃듯 또다시 성폭행> <아무도 모르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하나마나'> 등의 리포트에서는 정부 당국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MBC는 성범죄에 대해 강력 처벌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상세히 전했지만 자칫 인권 문제와 상충될 수 있는 사례도 포함돼 있다. <美, 아동 성폭행범 4천년형…'함정수사'도 허용>이라는 리포트에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국에서도 반인륜적인 아동 성범죄에 대해선 가혹하리 만큼 엄벌에 처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됐던 물리적 거세에 대해서 "독일과 체코에선 '물리적 거세'를 실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선정성 문제가 될 수 있는 미국의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했다. 미성년자와 채팅을 한 남성을 실제 만남으로 유도한 뒤 경찰에 신고해 체포하는 형식을 취한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현장을 보여주면서 "함정 수사와 치밀한 신상정보 관리는 때때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를 성범죄부터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의지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최근 초등학교 여학생을 가방에 넣어 납치하려 했던 한 대학생이 검거된 일본의 사례를 제시한 뒤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TV 등에선 용의자의 고교시절 동영상까지 입수해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린 아이를 노린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징벌의식이 공유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라며 체포한 일본 남성의 얼굴을 노출해 보도하기도 했다.

MBC는 최근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해외 사례와 대책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보도에 대해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폭력 문제에서 항상 뒤따르는 인권 문제를 간과하고 있고 자칫 성범죄 보도가 선정적으로 흐르 수 있다는 우려와 평가가 나온다. MBC는 <뉴스데스크> 뿐만 아니라 7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어린이 성범죄 방지 특별 생방송 <우리 아이를 지켜주세요>를 내보냈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 피해 어린이 돕기 모금 운동까지 돌입했다.

MBC가 성범죄 뉴스에 '올인'하고 사회적 캠페인에 들어간 것은 MBC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별 생방송과 20여개가 넘는 리포트는 사실상 임원진 회의에서 나온 특별 지시에 따라 편성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임원회의에서 안광한 부사장은 '조선일보 주폭 척결 시리즈처럼 MBC가 성범죄 방지 대책과 관련해 사회적 어젠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프로그램과 보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주폭 척결 시리즈 기사는 경찰청장이 나설 정도로 사회적 의제화에 성공했지만 지나친 국가의 공권력 개입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C가 조선일보를 예로 들며 대대적인 보도를 지시한 것은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해 강력한 성범죄 대책에만 초점을 맞춘 처벌 일변도의 정책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성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불심검문을 부활시키는데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누리꾼들도 2시간의 특별생방송과 30여분 넘는 MBC의 뉴스 보도에 대해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국의 중심인 대선 보도를 뒤로 하고 프레임 전환을 위한 노림수라는 음모론까지 내놓고 있다.

트위터리안 '@sangkoo_kang'는 "MBC는 성폭력 전담 Cable인듯, 아이들도 보는데, 상관없는지"라고 했고, '‏@gombitp'는 "mbc 뉴스 내내 성폭력 관련 내용 뿐이다. 취재한 게 그거 밖에 없나보다. 아니 오늘 order 받았나보다. 다분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mbc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텐데"라고 썼다. 트위터리안 '‏@Neilyoung318'는 심지어 "방송국 이름 바꿔야 함 엠비성방송국으로"라고 꼬집기도 했다.

뉴스를 제작했던 기자들 내부에서도 윗선에서 시키는 기획이어서 마지못해 취재를 하긴 했지만 80년대식 기획 보도라는 불멘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국민적 공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뒤늦게 사회적 어젠다를 형성하고자 한 자체부터 MBC의 보도기능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고 MBC 지휘부들의 판단능력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뉴스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은 국민적 피로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성이며 대부분 내용 역시 딱히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을 뒤늦게 보도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긴급한 현안들이 많다. 노동, 정치, 복지 부분에 있어 많은 것들이 노정돼 있는데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축소 은폐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또한 "MBC의 보도가 국민적 분노에 기대 자칫 인권을 간과한 채 분위기에 휩쓸린다면 피의자가 아닌 시민의 사진을 올려 대형 오보사건을 일으켰던 조선일보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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