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고(故) 김지태씨의 유족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정수장학회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지태씨의 미망인 송혜영씨와 아들 김영철씨, 며느리 이명선씨 등 유족대표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장물을 갖고 있다는 오명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지태씨의 미망인 송혜영씨는 이날 “부일장학회 사건은 조선시대에도 없던 사유재산 강탈사건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의 딸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소문에 의하면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교체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데 이것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정리위원회는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당시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 헌납이 공권력의 강요에 의한 강제헌납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김 선생의 유족들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청구 소송에서 강압으로 부일장학회를 증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이 같은 판결에 근거해 정수장학회 환원을 주장하고 있으나 박근혜 후보는 여러 차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은 이날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이사진에서 물러나고 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김지태 회장의 유지를 계승할 수 있는 유족을 포함한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김지태씨의 아들 김영철씨는 “50년 동안 억울한 심정을 호소도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를 갖게 됐다. 돌아가신 분(박정희)이 물건을 빼앗았기 때문에 돌려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정수장학회 해체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장)는 “만약 김대중 정부가 조선일보의 방일영 장학회를 강제헌납 받았다면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우리는 원칙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박근혜는 10년 넘게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수십억의 돈을 벌었다. 아무리 시일이 흘렀다 해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며 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요구했다.


이날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수장학회는 50년 간 MBC, 경향신문, 부산일보 등 언론을 장악하며 사조직화 된 인적 자산으로 정치적 생명력을 유지해왔다”며 “‘정’과 ‘수’의 작명을 국민 앞에 내 놓고 사죄하는 것이 진정한 역사적 화해”라고 주장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근 장준하 선생 유골의 등장과 더불어 정수장학회 문제는 5‧16 쿠데타 체제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라며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부터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위해 프레스센터 앞에서 상경농성에 돌입했다. 이정호 국장은 “유신독재시절 폭력을 사용했던 집단이 정수장학회 생명 유지를 위해 부산일보 기자들에게 징계라는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부산일보는 노골적으로 박근혜에게 우호적 기사를 싣기 위해 기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8년 파업을 거쳐 쟁취한 편집권독립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박근혜 후보에게 “대통령 하고 싶다면 해라. 다만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과거사에 대해 본인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노조는 11일부터 정수장학회 앞에서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며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부산일보 민주적 사장선임제 쟁취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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