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지역 MBC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추가로 이사를 선임할 계획을 밝히면서 지역 MBC의 자율경영을 침해하고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 지역 MBC 사장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C 구성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통제와 압박으로 자유롭지 못한 지역사의 자율경영을 점점 더 무기력하게 말살하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각 지역 MBC가 현재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관은 주총 소집권한을 대표이사 단독에서 이사로 확대하는 안이다. 현행 정관인 제3장 주주총회 제18조(소집) 조항에 "대표 이사가 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는 경우, 각 이사는 이사회에서 결의한 주주총회 안건, 일시, 장소에 한하여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안이다.

이 같은 안에 대해 지역 MBC 구성원들은 "지금도 현저히 종속되어 있는 지역사 대표이사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면서 본사의 의도를 즉각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타의 사유'라는 조문을 추가해 이사에게 현행 정관에 주주총회 의장과 이사회 의장의 직무대행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 역시 지역사 자율경영을 침해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3명인 지역 12개사(부산, 대구, 광주, 춘천, 청주, 충주, 울산, 강릉, 삼척, 여수, 안동)의 이사를 1명을 추가해 4명으로 늘리고 현행 정관에 '이사회 구성원 3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시 이사회 소집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표 이사가 반대를 하더라도 '과반의 이사회 소집 요구'로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대표이사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1명 이사를 추가하려고 하는 인물도 MBC 노조 편성제작본부 구성원의 94%가 공정방송실현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본 백종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지역 MBC의 기능을 잘라버리려는 것"이라며 "지역사 MBC의 공익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독재자가 볼 때는 하품나는 소리에 불과하다. 김재철 사장은 심판을 기다리고 악행에 대해 반성을 해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영하 MBC 노조 위원장도 "이번 조치는 김재철 사장이 황제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중앙에서 시키는 것도 모자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결국 지역 MBC 사장은 명색이 '대표이사'일 뿐 실제로는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식물사장'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서울 MBC와 지역 MBC의 관계는 지난 87년~88년 방송민주화 투쟁으로 방송문화진흥회 체제가 완성된 이후 독자성과 자율성을 인정한 수평적 확장 관계를 구축한 것이 합의정신이었다며 이번 조치는 합의 정신을 어기고 과거로 회귀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공영방송 MBC 체계를 망가뜨리지 말고 조용히 당신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라"며 "지역 MBC 사장들에게도 경고하다. 더 이상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