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의 방한 조건으로 사죄를 요구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진의가 잘못 전달됐으며, 향후 독도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를 두고 임기말 돌연 강경일변도의 대일정책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자신의 말에 대해 해명하는 방식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행보와 언행을 되돌리려면 지금까지 강경 행보로 거침없는 언사를 대체 왜 내놓았느냐는 것이다. 이왕 자신의 대일관과 다른 원칙적 태도를 나타냈으면 끝까지 유지했어야지 다시 대일 문제에 꼬리를 내린 것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밝은 전문가를 긴급초청해 향후 대일정책에 대해 협의한 사실이 8일 밝혀졌다. 이 대통령은 일왕 사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에 대해서는 진의의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9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오전 일본에 밝은 한국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2시간에 걸쳐 한일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에 참가한 인사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내 발언이 왜곡돼 일본에 전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이 악순환을 일왕의 한국방문으로 끝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9일 저녁 온라인 기사를 통해 지난 5일 일본 전문가 조찬에 대해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에 사죄요구 발언으로 냉각된 한일관계 타개책을 찾기 위한 모임”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참석자에게 “감정론으로 달려간다 해도 양국에는 득될 것이 없다”며 “일본의 반발에 나 자신이 일일이 감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외교통상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일문제의 언동을 삼갈 생각을 나타냈다고 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더이상 시끄럽게 하지 않고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지난 7일 예정됐던 해병대 독도훈련 돌연 취소 사건에 대해 “좋았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일왕 사죄요구 발언에 대해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총리가 몇 번 사과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일왕이) 방한해 말하는 것이 쉽게 해결된다는 의미였다”며 “(일왕이) 한일 화해의 결정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미연 청와대 외신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내의 일본 전문가들과 함께 한일 관계에 관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일왕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고, 발언의 진의가 왜곡돼 일본 언론에 잘못 보도된 사실을 지적했다"고 밝혔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일본정부가 요구한 사죄 발언의 철회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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