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휴대전화 요금 원가를 공개하라고 6일 결정했다. 그동안 영업 비밀로 통신사들이 공개를 거부해 온 자료들을 사실상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이어서, 통신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참여연대가 ‘이동통신 요금 원가 자료 등을 공개하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가 산정 자료를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률적으로는 일부승소이지만, 법원은 사실상 통신비 원가 관련 대다수 자료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의 2, 3세대 통신 서비스의 요금·약관 관련 내용으로 △요금 원가 산정에 필요한 사업 비용 및 투자보수 자료 △통신 3사가 휴대전화 약관을 심사받기 위해 방통위에 제출한 자료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들에 대한 방통위의 심의 결과 △방통위가 구성한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팀(TF)의 구성원과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방통위가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 요금(인하) 관련 자료 및 관련 TF 논의사항은 비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방통위는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의 산정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통신 요금 원가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요지이다. 방통위가 해당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자, 참여연대는 지난해 7월에 ‘이번에 정보 공개 청구된 자료들은 LTE 서비스 이전인 2세대, 3세대 시절 자료로 영업비밀 가치가 없고, 합당한 기업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두고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감안해 대부분의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통화에서 “그동안 방통위는 거의 모든 통신비 정보를 숨기고 통신사 편에 섰고, 국민들은 높은 통신비에 소비자 주권이 외면 받은 고통을 받아 왔다”며 “이번 판결로 자료가 공개돼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완화되고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보도자료에서 “1심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관련 언론 브리핑도 열지 않는 등 이번 판결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내부에선 ‘항소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이번 판결에도 통신비 자료는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은 통신 요금 문제를 거듭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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