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중계 도중 뉴스 화면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통신심의의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의견진술에 나선 윤영무 MBC 뉴미디어뉴스국장은 “잘못했다”면서도 ‘조작’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방통심의위(위원장 박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5일 오후 회의에서 지난 7월2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심의를 벌였다. MBC는 당시 'MBC-구글 올림픽 SNS 현장중계'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런던과 서울 주요 지역의 응원 모습을 ‘실시간 쌍방향 중계’로 전달한다면서 영국 트라팔가광장과 영국 채링크로스의 한인식당, 서울 코엑스를 연결한 화면을 보여줬다.
 
문제는 MBC가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이라며 방송한 화면이 MBC 여의도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이었다는 점이었다. 당시 배현진 아나운서는 “이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면에 비춰진 이들은 MBC의 계약직 직원들이었다. MBC는 구글코리아와 공동으로 ‘구글플러스’의 행아웃 온에어(다자간 동시 화상통화의 생방송 기능)를 통해 생생한 응원 열기를 전한다고 홍보했었다. MBC 노조 민실위는 7월31일 보고서를 내어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치적 홍보를 위해 뉴스 팩트까지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견진술에 나선 윤영무 국장은 “저희가 실수한 부분은 잘못됐다. 사과드리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곧이어 윤 국장은 “그러나 조작이라고 하는 부분은 너무 말이 안 된다”며 “그걸 조작할 이유도 없고 그걸 조작해서 제가 얻는 이익이 뭐가 있겠나. 그런 것들이 너무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조작’이 아닌 ‘실수’였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서면의견진술서에서 당시 방송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화상으로 연결할 계획이었으나, 사전에 구글 측과 시간 및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탓에 직원들이 모여 응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자 급히 화면을 뉴미디어뉴스국으로 변경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뉴미디어뉴스국은 중계 테스트를 위해 상시 연결돼 있던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앵커멘트에는 애초 ‘구글코리아 사무실’이라는 대목이 들어갔지만, 특정 회사를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어 ‘서울의 한 사무실’이라고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것이 급작스럽게 화면을 바꾸면서 미처 멘트를 손보지 못해 빚어진 ‘실수’라는 게 제작진의 해명이었다. 윤 국장은 “다른 의도는 하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당시 방송이 ‘녹화방송’이었다는 점이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녹화였다면 장소가 사실과 다르게 언급됐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작 당시와 방송 시간 사이에 그걸 바로잡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윤 국장은 “저는 당시 런던에 있었지만 실무 책임자 설명을 들어보니까 방송 5분 전에 편집해서 넘겨줬다고 한다”면서 “책임자가 (부장·팀장) 두 사람이었는데 실제로 (잘 못 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앵커멘트를 고쳐야 하는데 우리 진행자들이 ‘멘붕상태’에 왔던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위원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엄광석 위원은 “녹화 시작은 몇 시부터 했냐”고 물었다. 뉴미디어뉴스국 황태선 SNS뉴스부장은 “6시부터 했다. 방송은 9시에 나갔다”며 구글에서 뉴미디어뉴스국으로 화면을 옮겨 녹화를 시작한 시점은 “6시 50분”이라고 밝혔다. 엄 위원은 “그럼 (방송 시점인) 9시까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텐데 그럼 당연히 빨리 앵커멘트를 수정하자는 얘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황 부장은 “7시5분에 녹화가 끝났는데 그 당시 (런던 트라팔가광장에 임대한) 스튜디오를 빨리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고, 윤 국장은 “방송을 하다보면 데스크를 봤는데도 지명이나 이름이 틀리게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멘붕’ 상태가 오면 사실 눈에 안 보이고….”라고 답했다. 윤 국장은 또 “방송 5분 전에 (편집 본을) 넘겼고, (화면) 6개가 다 연결됐다는 데 흥분했던 것 같다”며 “앵커도 (화면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뉴미디어뉴스국 직원인지 모른다. 그래서 더 모르는 상태에서 넘어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국장은 ‘억울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이걸 그냥 부풀려서 (조작이라고) 얘기하다보니까 신문에 나고 뭐하니까 전부 이상해서…”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그는 “이걸 (SNS 중계시스템을) 오바마 대통령이 활용했더라. 장소라는 것 보다는  화면에 나온 사람들에 대한 다자 간 토크이기 때문에 이게 장소라는 게 큰 의미가 없구나 하고 뒤늦게 제가 알게 됐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이름하고 장소 같은 것들은 절대로 틀려서는 안 된다는 게 방송의 엄정함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들의 질타는 이어졌다. 김택곤 위원은 “조작이라는 비판에 대해 매우 억울해하는 부분이 일면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한 실수라고 강변하시기엔 좀 옹색하다”고 지적했다. 권혁부 소위원장도 “바로잡을 수 있는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며 “행여나 그 정도는 ‘익스큐스(Excuse)’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박성희 위원은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와의 신뢰의 관계”라며 “그런 사고가 있었을 때 즉시 새로운 멘트에서 빨리 잘못을 인정하는 게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고 이번 한 번만큼은 위원님들이 너그럽게 양해를 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조작이라는 건 우리가 얻을 이익이 있어야 조작”이라는 말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SNS 중계’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다 벌어진 ‘실수’라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얘기였다. 권 소위원장도 “뉴미디어를 통해서 다양한 요소들을 담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은 평가 할 만하다”면서도 “그게 공교롭게도 자사 사무실을 쓴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제재수위 논의에서 권 소위원장은 ‘행정지도’ 수준의 징계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성희 엄광석 위원이 ‘주의’ 의견을 내자 권혁부 소위원장도 ‘주의’ 의견에 맞췄다. 장낙인 위원은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택곤 위원이 “진술인과의 관계”를 이유로 기권 의사를 밝히면서 제재수준에 대한 합의는 불발됐다. 김 위원은 “오늘 나온 진술인과는 사회부에서 같이 몇 년을 일했다”며 “심의위원으로서의 책임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안건은 ‘미합의’로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한편 MBC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윤 국장과 황 부장 등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할 예정이지만, 노조는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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