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7일 지상파 방송사에 24시간 ‘종일 방송’을 허용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자,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종일 방송’을 허용하는 것에 명분이 있더라도 방통위가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간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방통위가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지 않고 정권 말에 사업자들에게 ‘당근 주기’식으로 규제를 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 ‘종일 방송’을 허용하는 것은 이 자체로만 봤을 때 반대하기 힘든 명분은 있다. 지상파는 ‘종일 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로 시청자의 시청권 확대, 방송 편성의 자율성 확대, 유료방송과의 규제 불균형 해소 등을 들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010년부터 방통위에 매년 의견서를 제출해 규제 완화를 요청해 올 정도로, ‘종일 방송’은 지상파의 숙원 사업이었다. 더군다나 지상파의 방송시간 제한은 박정희 정권 시절 오일 쇼크 이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작됐다. 군사 정권 당시와 현재는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케이블쪽에서도 ‘종일 방송’ 허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쪽은 ‘지상파와 유효한 경쟁이 확보될 때까지 시행을 보류해 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경쟁 사업자들이 ‘종일 방송’이 지금 허용되는 것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상파 독과점’ 때문이다. 과거보다 감소했더라도 현재 지상파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광고 수익이 여전히 타사업자보다 월등히 많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산정한 2011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KBS·MBC·SBS와 지상파 계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은 74.3%에 달했다. 전체 PP(홈쇼핑 및 계열 PP 제외) 매출액은 1조3870억 원으로 작년 지상파 3사(계열PP 제외) 방송 매출 2조9000억 원의 46.5%에 불과했다.

PP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심야방송이 허용되면 그나마 PP에게 프라임타임으로 활용되던 심야시간 시청률도 지상파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미디어렙 허용, 가상·간접광고 등 규제완화와 맞물려 지상파 독과점은 더 고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측 한국방송협회쪽에선 “방송 시간 자율화로 새벽1시~6시에 방송이 허용되더라도 광고 쏠림은 없다”, “인력·제작 비용과 중앙과 지역 간 차이를 고려하면 지상파가 24시간 방송하는 게 쉽지 않다” 등의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케이블쪽에서는 지상파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쟁 사업자들의 ‘반발’을 별개로 하더라도, 방통위가 지상파의 ‘종일 방송’을 허용해 시청자 시청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상파가 재탕·삼탕식으로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고, 취약 시청 시간대에 제작비가 많이 투여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4일자 사설에서 “지상파TV는 7년 전 낮방송 허용 이후 더 많은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 등으로 시청자의 ‘실질적’인 방송 접근권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시청자의 볼 권리 확대나 편성의 자율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의 질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따라, 경쟁 사업자들의 반발이 크고 시청자 볼 권리에 대한 확보 방안도 불분명한데 현 상황에서 방통위가 ‘종일 방송’ 허용을 강행하는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방통위는 이른바 ‘CJ법’이라고 불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고 있고, KT 등의 ‘직접사용채널’이 가능하게 해주는 IPTV법 개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관계자는 “시간 규제 완화는 그 이전부터 지상파들의 요청 사항이었다”며 “(방송법 시행령, IPTV법과) 연관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현 시점에서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가 큰 규제를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현재 종일 방송을 허용했을 경우 시청자들에게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도 방통위는 조사하지 않았다”며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IPTV법, 종일방송 규제를 완화하면서 전체 마스터 플랜 없이 정권 말기에 마구잡이로 당근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